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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월가와 다른 한 축 英 시티 파헤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월가와 다른 한 축 英 시티 파헤치다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7-14 23:14
업데이트 2017-07-1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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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헤엄치기/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지음/김홍식 옮김/열린책들/416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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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미국 편향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여서인지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레 시선이 뉴욕 월스트리트(월가)로 향하게 된다. 위기의 단초가 된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은 익히 들어봤을 터이다. 관련해서 월가를 다룬 책들이나 영화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런데 이 책은 월가가 아니라 금융 위기의 다른 한 축이었던 영국 런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만든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파생 상품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금융 위기를 불러왔는지 애써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신선하다. 저자는 2년 반에 걸쳐 ‘시티’의 내부자 200여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금융인을 무책임, 무관심하고 비윤리적이며 통제도 불가능하고 원시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시스템에서 재앙의 원인을 찾는다.

2008년 시티와 월가가 합작해 세계 경제를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달라졌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비행기 날개 엔진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승무원에게 이야기해도 안전하니까 자리에 앉아 있으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어렵사리 비행기 조종석까지 가봤더니 텅 비어 있는 형국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이 이러한 상황을 통제해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법은 금융의 부패를 합법화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존경받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조차 재임 중에 금융 부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공직 자리에 월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로비스트 두 명을 지명했다거나 퇴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은행의 요청으로 한 연설의 대가로 40만 달러를 챙겼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우두커니 바라봐야만 하는 것일까. 저자는 금융인이 눈앞의 이익에 쫓겨 일탈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출입카드를 찍었을 때 경보음을 듣고서야 자신이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될 정도로 단기적인 실적을 강요하는 구조가 문제란 것이다. 탐욕 추구는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 탐욕을 추구하더라도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해야 그나마 12시를 향해 가는 세계 붕괴의 시계를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7-07-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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