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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에세이] 태양의 후예와 가치 동맹/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태양의 후예와 가치 동맹/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입력 2017-07-04 21:10
업데이트 2017-07-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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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금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다양한 현안 중에서도 유독 동맹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안보 현안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미로 한국이 미국의 핵심 맹방(盟邦)임을 확인하고 또 상호 호혜적 동반자로 한국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는 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일년 전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한국에는 여러 우방국이 있지만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으로 다양한 레벨의 동맹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의 시급한 현안이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고 한반도 안정을 꾀하는 것이지만 한?미동맹이 좀더 안정적이고 양국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가치 지향적 동맹’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제안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정치적 동맹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조약에 의한 동맹이다. 미국이 조약상 의무를 갖고 동맹을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 일각에서 계속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있지만 한·미동맹은 상호방위 조약에 기초하고 있다.

임의로, 일시적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 성격의 약속이 아니다. 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되고 극도로 가난했던 한국이 민주주의 모범 국가이자 선진국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서게 된 데 한?미동맹이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동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동맹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이 그간 성취한 정치, 문화, 경제, 기술 모든 분야에서의 성과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박세리, 김연아, 박인비, 유소연, 추신수, 싸이, 방탄소년단 등이 모두 한?미동맹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 동맹이라 함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 가치 그리고 평화와 인권 등 그간 범세계적으로 합의된 보편적 가치를 확대하고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동맹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번영의 모멘텀도 있지만 동시에 도처에서 테러, 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난민은 약 1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양의 후예는 정정이 불안한 중동 어느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우리 군 요원들과 의료 봉사를 하는 용감하고 진지한 의료진의 활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의 용감무쌍한 활약 뒤에는 미국과 미군도 살짝 비쳐진다. 그간 우리 젊은이들과 전문가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전쟁 지역과 요르단 등 난민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재건과 개발 협력사업을 해 오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했거나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도왔던 사람들에게는 전 세계에 나가 다른 나라를 돕고 있는 한국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대견해 보일 수 있다.

한·미 정부는 동맹의 범위를 기존의 군사동맹에서 국제 개발 협력으로까지 발전시키고자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늘리기 위해 원조 예산을 삭감해 우방국들의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전쟁과 분란이 있는 곳에 회복과 치유를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평화·안보와 경제·사회 개발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간 한국은 급속히 개발원조 규모를 늘려 왔지만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인당 소득 대비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평화와 안보가 절박한 만큼 다른 나라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라는 난제를 지고 있는 우리는 전쟁의 위협뿐 아니라 대규모 난민이라는 잠재적 과제도 대처해야 하며 경제사회 재건이라는 또 다른 숨겨진 숙제도 안고 있다.

남이 나를 돕기를 원하면 내가 먼저 남을 도와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미동맹이 전쟁을 억지하는 굳건한 안보동맹과 함께 세계 평화와 재건, 인도적 문제 해결, 보편적 가치 구현에 손을 더 잡는 모범의 가치 동맹으로 더욱 성숙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7-07-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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