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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망한 왕조의 도승지… 사약 마시고 끝내고파”

“난 망한 왕조의 도승지… 사약 마시고 끝내고파”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7-06-28 18:06
업데이트 2017-06-2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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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블랙리스트엔 ‘모르쇠’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을 ‘망한 왕조의 도승지’로 비유하며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예술계 인사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김 전 실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받고 구속된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 전 실장은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특검이 ‘재판을 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을 형법의 틀에 넣어 자꾸 하려고 하니 수많은 증인을 부르게 돼 재판관에게 큰 폐를, 특검에게도 수고를 끼쳤다”며 특검 수사 뒤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작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서실장은 대통령 수석비서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청와대 수석들에게 내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은 국정원에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좌편향 단체 비판 보고서 등을 제시했지만 김 전 실장은 “3~4일 전 모임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팔십 먹은 노인이 3~4년 전 문서를 기억할 수가 없다”며 비켜 갔다.

 한편 박근혜(65·구속 기소) 전 대통령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38) 전 청와대 경호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이날 의료법 위반 방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대통령과 주변 사람의 그릇된 일탈을 위해 충성심을 다해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사아줌마’, ‘기치료아줌마’ 등을 청와대에 들여보내고 52대의 차명폰을 개통해 박 전 대통령 등에게 양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3회에 걸쳐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허위 진술한 혐의도 받았다.

 법정 구속된 이씨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게 나라냐”며 고성을 질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7-06-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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