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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불통 탓 저격수됐다”…공정위원장으로 돌아온 김상조

“재벌 불통 탓 저격수됐다”…공정위원장으로 돌아온 김상조

입력 2017-06-25 09:16
업데이트 2017-06-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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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곧 정치…법 규제와 도덕적 계몽 중간선에서 가야”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가 치킨 프랜차이즈 BBQ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치킨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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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인터뷰
김상조 위원장 인터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5 연합뉴스
이른바 ‘재벌저격수’ 김상조 효과였다.

공정위의 조사는 곧 치킨 가격 인상 문제까지 들여다볼 것이라는 억측으로 번졌고 결국 교촌, BBQ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사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용·담합 등이 아니면 공정위가 가격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내 긴장감은 여전하다.

25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 위원장은 이처럼 최근 공정위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취임한 뒤 과잉 보도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공정위나 정부 전체가 추진할 개혁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그는 공정위가 마치 경제 민주주의와 재벌 개혁의 전담 기관인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며 최근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공정위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새 공정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삼성저격수’라는 그의 꼬리표와 관련이 깊다.

그는 어떤 계기로 ‘삼성저격수’라는 호칭을 달게 됐을까.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에서 대기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 항상 비공개 질의서를 먼저 보내 협의했습니다. 이때 유일하게 반응이 없는 곳이 딱 두 곳이었는데…바로 삼성과 한화였죠.”

김 위원장은 이들 두 기업으로부터는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공개 질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운동가의 대기업을 향한 공개 질의는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주주총회장에서 직원들의 저지에도 목청껏 할 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 시장과 국민들은 ‘삼성저격수’라는 별명을 달아줬다.

결국 삼성의 무대응 정책은 김 위원장에 시민운동가로서의 명성을 줬고, 시장과 국민들은 점점 그의 목소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만약 당시 삼성이 김 위원장의 비공개 질의에 제대로 응했다면 지금 ‘삼성저격수’ 김상조, 더 나아가 재벌저격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에 비공개 질의를 한 것은 ‘문제를 제기할 때 기업에 데미지(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간단히 말해서 비공개 질의 10개를 보내면 5개 정도는 기업 측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됩니다. 3개 정도는 문제 제기에 정당성이 있지만 시간이 필요해 지켜봐야 하는 것들이고 공개적으로 형사·민사 등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은 한두 개 정도밖에 안 돼요.”

공개적으로 기업을 망신주지 않아도 협의를 통해 해결이 가능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굳이 공개 질의로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재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어떤 소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재벌 오너와 함께 술자리를 갖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으로 받는 불필요한 강연비는 거절하는 등 시민운동가로서 필요한 거리는 유지했다.

결국 모르쇠로 일관하던 삼성도 마침내 손을 내밀었다. 2013년 삼성 사장단 회의에 강연자로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대화 채널이 열린 뒤 공개 문제 제기가 줄었고 결국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 ‘우클릭(보수화) 했다’ 등의 표현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항상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외부인의 겸양’으로 비공개 문제 제기로 협의를 앞세웠던 그의 면면은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대 그룹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변화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대기업에 비공개 질의를 보낸 뒤 차분히 답변을 기다리는 20여 년 전의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정책은 곧 정치”라면서 국회와 다른 부처와의 협의를 수차례 강조했다.

정책과 제도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정책 체계를 설계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정치 과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4대그룹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4대그룹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며 한정된 정책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4대그룹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현실을 따지면 더 작은 기업일수록 후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밑에서부터 손을 대면 정부가 가진 정책자원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그가 강조한 소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그는 시장의 자발적인 변화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그의 사선(射線)에 재벌이 하나둘 소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법으로 현실을 고치는 것은 하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착하게 살자 방식으로도 현실을 바꾸지 못하죠. 현실정치와 정책은 이 중간선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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