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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십니까” 대신 “안녕하세요”…확 바뀔 청와대 앞 풍경

“어디 가십니까” 대신 “안녕하세요”…확 바뀔 청와대 앞 풍경

입력 2017-06-22 17:23
업데이트 2017-06-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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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초입 도로 5곳 평시 검문검색 중단…위협상황 발생시 일시 재개

# A씨는 자신의 차를 운전해 청와대 앞길을 가로질러 갈 때마다 짜증이 난다. 청와대 초입 검문소에서 경찰들이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물어서다. 그때마다 ‘가는 길도 한 방향뿐이고 어차피 통과시켜줄 거면서 행선지를 왜 묻는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불평했다.

# 간만에 ‘서울 구경’ 온 B씨는 상경한 김에 대통령이 산다는 청와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한 기억이 있다. “사진 촬영은 정문이나 신무문 앞에서만 가능합니다”라는 것이었다. 100여m를 걸어가 기어이 사진을 찍었지만 ‘여기나 저기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푸념이다.

# 청와대 인근 삼청동에서 남자친구와 야간 데이트를 즐기던 C씨는 청와대 야경이 궁금해 청와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 검문소에서 제지당했다. 오후 8시를 넘겨 청와대 앞길이 통제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앞길이자 경복궁 뒷길이기도 한 이곳의 야간 풍경의 고즈넉함을 맛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가 26일부터 청와대 앞길(춘추관∼분수대 광장)을 24시간 전면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청와대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청와대 앞길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31명의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요원들의 청와대 습격 사건인 이른바 ‘1·21 사태’를 계기로 전면 통제됐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30분(동절기 오전 6시)까지를 제외한 시간대에는 통행이 허용되는 등 제한적인 통행이 이뤄져 왔다.

이번 조치로 꼭 반세기 만에 청와대 앞길이 국민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 “어디 가십니까” 질문 대신 “안녕하십니까” 인사 = 청와대로 접근하는 도로는 모두 5곳이다. 그 초입마다 검문소가 설치돼 지나가는 모든 시민과 차량 운전자는 일단 정지한 뒤 “어디로 가느냐”는 정중하지만 다소 고압적인 정복 경찰관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차창을 열어 “○○로 갑니다”라고 답해야 했고 차량 흐름도 방해받아 시민 불편을 야기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런 검문·검색이 중단되고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된다.

청와대는 22일 “그동안의 방식은 차량 흐름을 정체시키면서도 형식적 검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 등 테러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주영훈 경호실장은 “이제는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 게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뭘 도와드려야 할지 등 대화를 통해 위해성 판단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은 경호적인 위협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단계별로 통행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할 방침이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고려해 시민에게 불편을 감수토록 했던 데서 벗어나 실질적인 위협 첩보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검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사라지는 ‘바리케이드’…車저속 유도·단속 카메라 추가설치 = 청와대 진입 도로에 설치된 육중한 바리케이드도 사라진다.

검문·검색이 중단되는 대신 IT를 접목한 신형 교통안내초소가 들어선다. 초소 근무자는 과속 차량의 저속 주행을 유도하는 등 법규 준수를 통한 교통안전에 중점을 두고 근무하게 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테러 첩보가 입수되면 이동식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

청와대 주변 도로의 차량 제한 속도는 시속 40㎞다. 바리케이드 제거로 사고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교통표지판과 단속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 ‘경복궁 둘레길’ 야간 명소로 부상할 듯 = 이번 조치로 경복궁을 에워싼 둘레길이 명실상부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청와대 앞길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30분까지 차량과 사람이 진입할 수 없다. 청와대가 국가보안 목표시설로 지정된 탓에 테러 방지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앞길은 경복궁 뒷길이기도 해 야간에 고즈넉한 고궁 담길을 걷고자 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사 왔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지름길을 놔두고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번 조치로 경복궁 둘레길이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청동과 효자동 사이의 통행이 24시간 자유로워지면서 주민 편의가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디서나 청와대 배경으로 ‘찰칵’ = 현재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점은 청와대 정문 앞과 인근 신무문 근처 두 곳뿐이다.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에서 국방부 군악대가 수시로 연주하고 경찰 기마대 행사도 열리는 등 관광객을 위한 행사를 하면서도 정작 사진 촬영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청와대 주변 어디서나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이 허용된다. 심지어 청와대 뒷산인 인왕산에서도 청와대를 배경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경비초소나 보안이 필요한 극히 일부 시설 촬영은 여전히 불가하다.

또 요즘 한창 유행인 드론을 활용한 촬영도 금지된다. 드론과 비슷한 원리인 북한의 무인기를 활용한 군사시설 ‘도둑 촬영’ 등 국가 안보상의 문제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 때문이다.

◇ 대통령 경호실장 54년 만에 공식 브리핑 = 주영훈 경호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청와대 앞길 개방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직접 했다.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며 보이지 않는 참모의 역할을 해온 경호실장이 마이크 앞에서 공식 브리핑을 한 것은 경호실이 생긴 1963년 이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주 실장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시민을 섬기는 경호를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앞길이 폐쇄됐던) 1968년 이후 50년 간 청와대 지역 안전을 책임지던 경호실장으로서 많은 시민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참고 기다려주신 시민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제가 경호실에서 30년을 근무했는데, 나름 식견으로 판단했다”며 “대통령 경호실이 아닌 대한민국 경호 역량과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했고 경호실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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