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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에세이] 정권의 성공을 위한 행정의 몇 가지 원칙/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정권의 성공을 위한 행정의 몇 가지 원칙/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입력 2017-06-20 23:26
업데이트 2017-06-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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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금 새 정부가 들어와 굵직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지난 정부와 참으로 다른 점이 많다. 단호하게 신속히 추진하려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환경평가 등을 이유로 뜸을 들이기로 했다. 물을 가두기 위해 20조원이 넘게 들인 4대강 보는 수문을 열기로 하였다. 오랫동안 집요하게 추진했던 공기업의 성과급 제도는 그만두기로 하였다. 원자력발전소는 더이상 건설하지 않기로 하였다. 최저임금제도, 국정교과서 문제, 외고 및 과학고 존폐 문제, 비정규직과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 등 많은 분야에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정책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은 하루아침에 반대의 논리를 말하고 집행하게 되었다.

정치에서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자신들의 논리를 명확히 세우고 장점을 의심 없이 주장한다. 그래서 그런 정강정책을 내걸고 선거를 통해 집권하면, 그 정책은 ‘일리 있는 것’을 넘어 ‘옳은 것’이 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은 그렇지 못하다. 다음 정권은 왜 그런 정책을 펼쳤느냐고 문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공기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은 그동안 성과급제도가 바람직하다고 공기업을 설득하고 독려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주요한 요소였고, 국민들에게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하면서 일해 왔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공기업의 성과급 제도 확산이 불필요하다고 앞장선다. 그렇다면 그동안 왜 그토록 열심히 성과급 제도 확산에 땀을 흘렸단 말인가. 자괴감이 들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는 핀잔도 듣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행정은 정권을 실현해야 하므로. 선진국에서도 공무원들은 서류 캐비닛이 두 종류라고 한다. 어느 당이 집권하는가에 따라 사용하는 캐비닛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 등 공기업에 대해서 보수정당은 민영화를 주장하지만, 진보정당은 국유화를 꾸준히 주장한다. 그런데 정권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정책방향이 정반대로 바뀐다. 이때 공무원들은 옛날 캐비닛으로 현명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 집권세력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정책방향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두 측면을 충족하기 위해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적합하게 정책이 확정되고 집행되게 하여야 한다. 공무원이 이렇게 되도록 잘 관리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충분히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전 대통령도 정당한 절차를 도외시하였다 하여 탄핵이 되지 않았는가.

둘째, 공무원은 모든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하여야 한다. 어떤 일에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특히 선거에서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그 정책을 반대할 수도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일일수록 무시할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생각이 어떤 식으로든지 내용과 절차 면에서 반영이 되어야 한다. 그러는 것이 정책의 큰 실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셋째, 공무원은 전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인 듯 하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다. 집권 세력의 정책이 전체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설득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집권세력의 뜻에 맞지 않으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 집권세력을 돕는 행정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행정은 지속성을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은 전체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이를 종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훌륭한 정권은 최대의 국민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어야 한다. 이것은 행정의 협력을 잘 받아야 가능하다.
2017-06-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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