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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잠실 더위 날린 ‘소나기 19점’

[프로야구] 잠실 더위 날린 ‘소나기 19점’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7-06-11 22:38
업데이트 2017-06-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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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 전원 안타·득점·타점, 역대 최소 이닝… 구단 사상 최초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한판이었다. 넥센을 꺾으며 6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던 LG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SK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올해 천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프로야구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수많은 관중의 발길을 끌었다.
하얀 유니폼을 똑같이 갖춰 입은 3인 가족, 각각 SK와 LG 모자를 쓴 젊은 커플, 조그마한 유니폼을 입은 갓난아기와 엄마도 경기에 함께했다. 야구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미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는 시민들의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됐다. 관중석은 시민들의 놀이터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SK 한동민이 1회초 시즌 첫 20호 홈런을 달성하며 경기장 열기에 불을 지폈다. 경기에 늦게 도착한 이민이(16)양은 안타깝게 이 장면을 놓쳤다. 가족 모두가 SK팬이라는 이양은 “원래 온 가족이 함께 와 소리 지르면서 응원을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친구와 단둘이 왔다. 응원하는 김동엽 선수가 잘해 줬으면 좋겠다”며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갔다.

LG는 먼저 홈런을 터뜨린 SK에 기죽지 않고 2회와 3회에 각 7점을 득점하며 큰 차이로 앞서갔다. 33번 박용택 유니폼을 입은 LG팬 이규훈(42)씨는 “우리가 응원을 왔으니 오늘 LG가 이길 것”이라며 LG의 선전을 기뻐했다. 홈경기를 챙긴다는 이씨는 부인과 처제, 조카와 야구장을 찾았다. 이씨는 “우연히 야구장을 찾았다가 야구에 꽂혀 계속 오게 됐다”면서 “응원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와이프와 함께 오니 데이트도 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앉은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계속되는 LG의 득점에 목이 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던 SK팬 김남현(28)씨는 함께 온 여자친구와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한다. 김씨는 “이렇게 두 팀이 붙은 날은 경기 중에 대판 싸우기도 하지만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어 좋다”며 “야구장은 최고의 데이트 장소”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신나는 응원 열기에 야구를 모르는 시민들도 덩달아 흥이 났다. 자신을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조하림(25·여)씨는 “오늘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 친구 중에 야구 덕후가 많아 대체 얼마나 재미있는지 궁금해서 와 봤다”며 “야구를 하나도 몰라도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놀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해서 나도 한번 느껴 보러 왔다”고 말했다.

LG의 득점이 이어지자 7회말부터 SK팬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SK팬 조모씨는 “오늘은 죽을 쑤었다”며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신 걸로 만족해야겠다”면서 8회말 자리를 떴다. 반면 LG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경기 끝까지 계속됐다.

이날 경기는 1-19, LG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LG가 4위를 탈환해 SK와 LG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역대 최소 이닝 만에 선발 전원 안타·득점·타점 기록을 수립했다. 선발 전원 안타·득점·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역대 네 번째이며 LG는 구단 역대 처음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06-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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