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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일본의 호들갑/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본의 호들갑/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6-05 22:42
업데이트 2017-06-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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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피부로 느껴야 할 대한민국보다 일본의 호들갑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4월 29일 오전 6시 30분 평안남도 북창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수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로부터 37분쯤 지난 뒤인 오전 7시 7분. ‘도쿄메트로’의 전 노선에서 지하철이 10분간 운행을 중단했다. 같은 시간 고속철도인 호쿠리쿠 신칸센도 멈춰 섰다.
얼마 전 도쿄에서 본 낮시간대 TV의 한 장면. 북한 미사일 개발자인 김정식에 관한 보도였는데 경력이나 김정은과의 친척설 소개 등 한국에선 보기 힘들 만큼 상세했다. 북한의 위협은 TV 시청률을 높이는 좋은 재료여서 일본 방송사가 단골로 다룬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는 일본인마다 “정말 한국 괜찮으냐”고 묻는데, 북한 관련 지식이 프로 뺨친다. 한국에도 번역본을 몇 권 낸 소설가 하야시 마리코가 주간지 ‘슈칸분?’ 5월 18일자에 쓴 에세이의 한 구절. “이번 호가 나왔을 무렵 일본은 무사할까?” 급기야 하야시는 “올여름 서울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힌다.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한·일 관계와 군사 위협에 민감하다. 지난해 겨우 회복되는가 싶던 한국을 찾는 일본인 수는 ‘한반도 4월 위기설’을 정점으로 감소세가 확연했다. 4월 한 달만 보자. 사드 보복으로 중국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린 것마저 더해져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년보다 56.8% 늘어난 55만 4600명이었다. 반면 한국에 온 일본인은 5.4% 감소한 16만 5700명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이 사린 같은 화학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위기감에 부채질을 했다.

핵 공격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해 주는 ‘핵 셸터(대피소)’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3인용 셸터는 2억 5000만원에 이르는데도 지난 4월 판매고가 2016년 한 해의 매출을 웃돌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아베 총리, 김정은 합작의 위기감 조성이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일본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서울 특파원을 지낸 아사히신문의 논설위원 나카노 아키라는 지난 2일자 칼럼에서 “한반도에서 내일이라도 군사충돌이 있을 것처럼 일부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5월 초의 연휴 3일간 한국에 가 보니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라고 썼다. “이웃(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인연을 마음에 되새기고 싶다”는 나카노의 맺음말은 양국민의 교류야말로 살얼음을 걷는 지금 한·일 간에 소중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6-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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