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태양처럼 빛나는 블랙홀 찾기/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입력 : ㅣ 수정 : 2017-06-0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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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빛난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인 ‘블랙홀’(검은 구멍)이 빛난다니 역설적인 표현일까. 아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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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블랙홀 중 일부는 강력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며 빛을 낸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여러 체급으로 분류하는데, 태양의 100만 배 이상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초대형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덩치에 걸맞게 초대형 블랙홀은 블랙홀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난다. 블랙홀이 빛나는 이유는 블랙홀이 주변의 별이나 가스구름을 끌어당길 때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이다. 지구에 운석이 떨어질 때 엄청난 빛과 소음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초대형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니고 있어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체가 만들어내는 마찰 에너지는 엄청나다.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는 물질은 토성의 고리처럼 원반 모양의 띠를 이루며 들어가기 때문에 블랙홀은 밝은 ‘불의 고리’를 두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블랙홀 고리의 밝기는 얼마나 많은 물질이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는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빛이 나오면서 고리 모양이 왜곡돼 보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보석이 박힌 고리처럼 한쪽 가장자리가 빛나고 블랙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야 할 블랙홀 뒤편의 고리까지도 뒤틀려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이런 블랙홀의 모습이 등장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모든 은하의 중심에 초대형 블랙홀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고 본다. 최근 들어서는 초대형 블랙홀이 은하와 은하들의 집단인 은하단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초대형 블랙홀 중 일부는 밝게 빛날 뿐 아니라 은하 전체는 물론 별과 행성의 생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빛나는 블랙홀’이 직접 관측된 적은 없다. 천문학자들은 궁수 별자리 방향에 있는 우리 은하 중심에도 태양의 400만 배 정도 질량을 가진 초대형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은 얌전한 축에 속해 2만 8000광년쯤 떨어진 우리 태양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상당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함께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이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이벤트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전파망원경을 ‘간섭계 기술’로 연결해 지구만 한 가상의 망원경으로 초대형 블랙홀이 만든 ‘불의 고리’에 대한 관측을 수행했다. 자료의 종합 분석에 들어가는 올겨울 즈음에는 인류가 처음으로 블랙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7-06-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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