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균조차도 다양성을 추구한다

입력 : ㅣ 수정 : 2017-05-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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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꽤 많은 사람을 만난다.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 안, 오가는 거리에서 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닮은 사람을 보면 신기해한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외모, 성격, 태도, 가치관 등이 똑같은 경우는 없다.
비슷할 것 같은 부모 형제도 다르다. 물론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는 예외이지만.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 다양한 종류의 가축들, 더 나아가 야생의 동물들은 물론 대다수의 식물, 심지어 곰팡이와 버섯까지 같은 종이라도 동일한 개체는 없다. 세균이나 단세포 진핵생물은 제외하더라도 매우 많은 종류의 생물들은 모두 조금씩이라도 다르다.
장수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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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왜 그럴까. 정답은 생물들의 유성생식 때문이다. 유성생식을 하면 생물 개체들은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반면 무성생식을 하는 세균이나 단세포 진핵생물은 복제품처럼 똑같은 개체가 존재한다.

유성생식은 암컷의 난자와 수컷의 정자가 수정돼 자손이 태어나는 번식 방법이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서 부모의 염색체(유전물질)가 자손에게 전달된다.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염색체인 1번에서 가장 작은 염색체인 22번까지, 그리고 성염색체를 포함해 23종 23개 염색체가 전달되고 어머니에게서도 마찬가지로 23종류 23개 염색체가 전달된다. 23개 염색체에는 약 2만 1000개의 유전자를 비롯한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돼 태어난 아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전부 23종류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아이는 나중에 배우자와 만나 자손을 낳을 때 23종류 23개의 염색체를 전달한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1번 염색체 중에서 1개가 선택되고 2번 염색체 중에서 1개가 선택되는 등 이렇게 23번 염색체까지 선택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 아이가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염색체의 조합은 2의 23제곱개로 약 840만 가지의 생식세포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다 배우자도 같은 수의 생식세포가 생길 수 있으니까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자손의 유전적 다양성은 적어도 70조(840만×840만) 가지가 된다. 그러니까 형제자매라도 유전적으로 동일할 가능성은 많아야 70조분의1로 사실상 0에 가깝다.

유성생식 과정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유전적 조성을 갖게 되면 생물들은 다양한 환경에 대비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기생생물과의 싸움이다.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동식물은 많은 종의 세균과 미생물이 서식하는 숙주이다. 이 기생생물들은 매우 빠르게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 낸다. 이에 대응해 숙주인 동식물이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면역 관련 세포를 만들 유전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남미의 한 양서류는 기생충이 창궐하면 유성생식, 기생충이 잦아들면 무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유성생식을 통해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은 자연 도태됨으로써 생존에 부적합한 유전자를 솎아 내는 효과도 있다. 이런 이점 때문인지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인 담륜충도 외부의 유전자를 몸 내부로 받아들여 자신의 유전적 조성을 다양하게 만든다. 또한 세균도 다른 세균과 활발하게 유전자를 교환해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역사 국정교과서가 폐지됐다. 순전히 생명과학의 관점, 즉 생물의 존속에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반추해 보면 이는 타당한 것 같다. 왜냐하면 다양성은 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유용한 수단이고 그것이 교과서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기 때문이다.
2017-05-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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