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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받던 의정부경전철 결국 ‘추락’…개통에서 파산까지

기대 받던 의정부경전철 결국 ‘추락’…개통에서 파산까지

입력 2017-05-26 13:41
업데이트 2017-05-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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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첫 운행…초기 시행착오 끝에 정상 운행

친환경 녹색 대중교통으로 주목받으며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운행된 경기도 의정부경전철이 26일 법원의 파산 선고로 결국 개통 4년 10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고장철’ ‘세금 먹은 하마’라는 오명을 안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경로 무임승차, 수도권 환승할인 등 승객 편의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상 운행에 안간힘을 썼지만 3천억 원대 적자는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경전철 운행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주무관청인 의정부시는 경전철을 직접 운영하거나 새 사업자를 선정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할 계획이다.

◇ 기대 한몸에…사업자 선정 놓고 소송 등 ‘잡음’

의정부경전철은 1995년 추진 당시부터 국내외 건설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수도권 첫 경전철인 데다 당시 중소도시에 꼭 맞는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평가돼 많은 수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착공 전부터 사업시행사 선정을 놓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잡음도 잇따랐다.

의정부시는 2002년 당시 국토개발연구원 평가를 토대로 사업 참여 희망 업체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이에 사업을 먼저 제안했던 GS건설(당시 LG건설)은 “포스코건설이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GS건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의정부시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결국 GS건설 컨소시엄을 사업시행사로 선정했고, 총 사업비 5천470억원을 시와 시행사가 각각 48%와 52% 분담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 추진 12년 만인 2007년 7월 착공식이 열렸고 모든 시민이 자축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공사를 시작한 지 2년만인 2009년 7월 교각이 무너져 베트남 출신 근로자 등 5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정식 개통을 하루 앞둔 2012년 6월 30일 오후에는 승객을 태우고 시범 운행 중이던 경전철이 갑자기 멈춰 의정부시와 사업자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승객들이 야밤에 스스로 전동차에서 내려 20m 높이의 선로 위를 걸어 탈출해야 했던 당시 사고는 결국 경전철 파국의 전조가 됐다.

◇ 개통 초기 승객 1만5천명…예상치 20% 그쳐

2010년 시장이 바뀌면서 의정부경전철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당시 안병용 시장 당선인은 “경전철 노선과 예상 승객 수요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선 연장과 일부 지하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시행사인 GS건설 측은 이에 거세게 반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강수를 뒀고 결국 공사는 두 달가량 중단됐다. 결국 재검토 결과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돼 사업 포기 때 발생하는 막대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의정부시가 한발 물러서면서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2012년 7월 1일 마침내 의정부경전철은 정식 운행을 시작했으나 승객 수요는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의정부시와 경전철 측은 하루 7만9천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개통 한 달간 하루 최대 이용객은 1만5천명 수준에 그쳤다. 평일에는 1만2천명 안팎에 불과했다. 예상치의 29%에도 못 미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행 초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폭염과 낙뢰, 폭설, 한판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경전철이 멈춰 ‘고장철’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또 언제 설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시민은 경전철을 외면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누적적자 3천600억원

경전철 안팎에서 승객 수요 예측이 부풀려졌고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국민은행, 농협은행,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한화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등 5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2015년 민간업체인 미래교통에 경전철 승객 예상 수요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승객 수는 2025년 5만명을 넘고 2033년부터 5만3천명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최대 승객수가 5만3천696명으로, 협약 당시 정부가 예측한 최대치인 15만1천390명의 35%에 불과한 수치다.

적자는 시행사가 그대로 떠안았다. 협약에 따라 승객 수가 예상 수요의 50∼80% 안에 들면 의정부시는 경전철 측에 손실금을 보전해 줘야 한다. 그러나 경전철 이용객이 하루 평균 3만5천명 수준으로 예상 수요의 44.3%이기 때문에 손실금을 주지 않았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의정부시도 사업비를 투자한 만큼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관계기관과 협의, 2014년 5월과 11월 각각 경로 무임승차제와 수도권 환승할인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안병용 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로 무임승차제를 시행,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했고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2심과 3심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 법원의 조정 권고 불구 양측 조율 실패

의정부시 등의 노력에 경전철 이용객은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예상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경전철 적자는 3천600억원에 달했다. GS건설 측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과 자본잠식까지 고려하면 경전철 사업으로 발생한 적자는 사실상 4천억원 수준이라는 추산도 있다.

급기야 투자기관들은 경전철 측에 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했고 2015년 11월 경전철 측은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 의정부시에 사업 포기 때 받게 되는 환급금을 20년간 분할해서 연간 150억∼164억원씩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받아들이면 의정부시는 경로 무임승차와 수도권 환승할인 손실금을 포함해 매년 200억원 가량을 경전철 측에 줘야 한다. 시 1년 예산의 2.5%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의정부시는 경전철 운행에 필요한 최소금액인 50억원+α를 제안했다.

이에 경전철 측은 지난 1월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말을 시한으로 파산에 반대하는 시와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경전철 측에 조율을 권고했으며 양측은 세 차례 비공개 협상을 벌였으나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국 재판부는 5개월 가까운 심리 끝에 26일 경전철 측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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