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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에 ‘최저임금’ 아닌 ‘농촌일당’ 지급하라” 첫 판결

“염전노예에 ‘최저임금’ 아닌 ‘농촌일당’ 지급하라” 첫 판결

입력 2017-05-23 09:24
업데이트 2017-05-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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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민사14부 판결…변호인 “의미있는 진전” 평가

2014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농촌 일당’을 기준으로 10여 년간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간 법원이 시간당 수천 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염전노예들의 노동 가치를 계산해온 만큼, 이번 판결은 현재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이 정당한 몫을 되찾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법 민사14부(신신호 부장판사)는 염전노예 피해자 김모씨가 염전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염전주는 1억6천87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임금은 염전에서 염전주에게 노무를 제공해온 점에 비춰 ‘농촌일용노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염전노예 피해자 8명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1천500만원∼9천만원의 배상액을 산정한 앞선 판례와는 다른 판단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농촌일용노임은 농업종사자의 평균적 소득을 뜻하며 올해 1분기 기준 하루 10만7천415원이다. 월급으로 치면 268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받을 때의 135만여원의 2배가량이다.

지적장애인인 김씨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1년간 전남 완도 한 염전에서 노예생활을 해왔다. 그는 염전주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구속기소 된 염전주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장애인 인권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도움으로 염전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며 재판부는 “염전은 일이 고되 도시보다 근로자를 고용하기 어려운 만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지적장애 3급으로 노동력이 일반인에 못 미쳤을 것으로 보고 체불임금의 60%만 배상액에 반영했다. 김씨가 받을 금액은 11년간의 임금 2억3천308만원의 60%인 1억3천985만원과 이자, 위자료 1천500만원 등이다.

김씨를 대리한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법원이 농촌일용노임을 적용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김씨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노동력이 기계적으로 평가절하됐다며 1심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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