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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가능성 ‘0’ 선거 기탁금은 ‘3억’… 그들은 왜 뛸까

당선 가능성 ‘0’ 선거 기탁금은 ‘3억’… 그들은 왜 뛸까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7-05-05 18:24
업데이트 2017-05-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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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선언한 군소후보들 선거전

5·9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대선 후보 13인의 득표전이 점점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8인의 군소 후보들도 다채로운 유세전을 펼치며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군소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려 3억원에 이르는 선거 기탁금을 내고 이 어지러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일제히 ‘당선’을 목표로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왜, 무엇을 위해 수억원의 돈을 써 가며 완주하려는 것일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40세 이상,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국민이면 누구나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다만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대선 후보 등록 시 기탁금 3억원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면 기탁금 전액,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절반인 1억 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 미만이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낮은 군소 후보들의 대선 출마는 사실상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다. 선거 유세차량 한 대를 제작하는 비용도 차량 크기에 따라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이 든다. 이를 전국 단위로 계산하면 기탁금 3억원 이외에 추가로 수십억원의 돈이 길바닥에 뿌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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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가 이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임에도 출마를 감행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홍보’에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붙는 선거 벽보를 통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메시지를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 효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소 후보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자금 사정이 넉넉한 후보는 선거 공보물을 두껍게 만드는 등 여유가 넘쳤지만, 사실상 ‘버리다시피’ 하는 선거 비용을 충당하기 힘든 후보들은 ‘짠돌이’ 전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태극기 민심 업은 조원진… 후원금 든든

기호 6번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는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등에 업고 출마했다. 당시 태극기집회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와 맞먹을 정도로 세력이 커졌었다. 때문에 조 후보에게는 ‘3억원’의 기탁금은 큰 액수가 아니었다. ‘박근혜 지지자’들이 낸 당 후원금만으로도 거뜬히 충당할 수 있었다.

조 후보는 5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할 수가 없어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법정 공방 끝에 무죄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조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미 보수 우파 세력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면서 “샤이 보수, 앵그리(화난) 보수 표가 모두 저에게 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탁금 후원받은 오영국… SNS만 이용해 운동

7번 오영국 경제애국당 후보도 선거 기탁금 3억원을 본인이 직접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나를 돕는 곳에서 전부 후원해 줘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대선 출마 배경에 대해 “세계적 평화기구인 미국의 맥재단에서 글로벌 리더여야 하고 정치인이 아닌 경영인 출신이어야 하며,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며 강력 추천해 한 달 고민 끝에 출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유세는 아예 다니지 않는다”면서 “홍보 영상을 카카오톡, 유튜브, 야후, 구글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퍼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민 “기성 정치권 심판… 安 이탈표는 내 것”

8번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는 기성 정치권을 뒤집어엎겠다는 각오로 도전장을 던졌다. 때문에 3억원의 기탁금은 그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장 후보는 “여야 쓰레기 정치인들을 싹 쓸어버리고, 국회도 해산하라는 게 민심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호남 출신의 중도 보수 후보이기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이탈표가 모두 제게로 올 것”이라면서 “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개헌전도사 이재오 “대출로 선거비 5억 마련”

9번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후보는 ‘개헌전도사’라는 별명답게 “개헌 하나 보고 출마했다”고 밝혔다. 개헌만 이뤄낼 수 있다면 임기 단축도 수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이 후보는 ‘초절약’ 선거전에 나섰다. 먼저 선거 비용으로 5억원을 편성했다. 담보대출로 1억원, 당비와 후원금으로 4억원을 마련했다. 이 후보는 이 돈으로 기탁금 3억원을 냈다. 남은 2억원은 선거공보물, 유세 차량, 식사 및 숙박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는 진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지율을 따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김선동 “진보정치 부활… 文과 토론해 봤으면”

10번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 재선 의원을 지냈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트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진보 정치 부활”을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진짜 진보 정당이 바로 민중연합당”이라고 강조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토론을 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후보 역시 선거 비용이 여의치 않다 보니 대대적인 유세전에는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사업가 이경희, 선거공보물 文·洪만큼 두꺼워

12번 이경희 한국국민당 후보는 군소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기탁금 3억원도 이 후보에겐 ‘소액’으로 인식됐다. 이 후보는 “저는 사업가다. 민족통일대통령빌딩이라는 부동산 빌딩개발업과 빌딩 임대업을 하고 있다”면서 “(선거자금 마련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문 후보와 홍 후보와 동일한 16페이지짜리로 만들었다. 8페이지로 제작한 안 후보, 유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2배 많은 분량이다. 공약도 상당히 다채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통일이 답이다’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충청 출신임을 강조하며 ‘충청대망론’을 기대했다.

●윤홍식 “십시일반으로 기탁금 마련… 1% 기대”

14번 윤홍식 홍익당 후보는 ‘3억원 기탁금’에 대해 “사실 욕부터 나왔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윤 후보는 “정치를 하는데 돈으로 벽을 세워 놓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지자들로부터 10만원씩 십시일반 모금한 후원금으로 3억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선거 후보 등록 직전에 돈을 겨우 마련해 가까스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윤 후보는 “홍익학당을 운영하며 다룬 동서양 고전에서 항상 결론은 양심이었다”면서 “신생 정당 후보가 양심 하나 들고 나와 1%만 얻어도 새로운 정치 문화가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찬 “벽보도 유상이라니…” 공보물 흑백 1장

15번 김민찬 무소속 후보는 “기탁금 3억원만 내면 더이상 돈이 안 드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선거공보물이나 벽보를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무상으로 제작해 주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후보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보물을 흑백 용지 한 장으로만 만들었다. 김 후보는 “막상 대선에 출마하고 벽보도 붙고 공보물도 제작하다 보니 멈출 수도 없고 해서 일단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대선을 치르고 있다”며 곤궁한 사정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김 후보는 “10년 동안 알려도 여의치 않았던 ‘비무장지대(DMZ) 세계문화예술도시 건립’이라는 비전 하나 들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7-05-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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