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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삼성전자 지주사 포기… 어차피 승자는 엘리엇

[경제 블로그] 삼성전자 지주사 포기… 어차피 승자는 엘리엇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4-28 22:28
업데이트 2017-04-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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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통에 검토했다 백지화
애초 주가 올려 차익 실현 목적
삼성물산 투자자만 돈 날린 셈
편지 한 통의 위력은 컸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무수한 관측에도 함구하던 삼성전자가 편지를 받자마자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결국 지주사 전환은 없던 일이 됐지만 이 편지가 자사주 전량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들에게 잔뜩 ‘선물’을 내놓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편지의 주인공도 신이 난 모양입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다고 밝히며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하자 미국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었지만 이 주인공은 대변인을 통해 “자사주 소각은 ‘고무적’(encouraged)”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입니다.

지난해 10월 5일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보낸 편지를 보면 지주사 전환으로 자사주의 가치를 실현하든지 아니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엘리엇이 “지주사 전환 못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에도 반발하지 않고, 자사주 소각에 대해 “존중한다”고 한 것은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본 것입니다. 엘리엇의 목적은 지주사 전환이 아닌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입니다. 사실상 꽃놀이패를 쥐고 삼성전자를 뒤흔든 것이죠. 엘리엇이 편지를 보낸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61만 9000원에서 223만 1000원(4월 28일 종가)으로 37.8%나 올랐습니다. 엘리엇이 주식(76만 218주)을 안 팔았다면 약 4652억원의 차익을 올린 셈입니다. 1분기 배당으로 약 53억원도 ‘보너스’로 받게 됩니다. 엘리엇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보고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에 투자한 주주들은 최근 이틀 만에 주당 8000원을 날렸습니다.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빠지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당분간 오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삼성전자도 엘리엇 때문에 지주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다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자사주 의결권 부활 금지) 등이 발의되는 빌미만 제공했습니다. 내부적으로 검토해도 될 것을 굳이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했을까요. 엘리엇 트라우마가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4-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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