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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강력 경고한 中… “38선 넘으면 군사 개입” 美도 압박

北에 강력 경고한 中… “38선 넘으면 군사 개입” 美도 압박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4-23 22:10
업데이트 2017-04-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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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군사타격 용인 첫 언급…자국 여론 반영 마지노선 천명

정부 입장과 괴리 자격 논란도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마지노선을 천명했다.

환구시보는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성향이 짙어 이를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곧바로 받아들이기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다른 관영 언론들이 미국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중국 쪽의 분위기를 읽기엔 충분한 가치가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 22일 ‘북핵, 미국은 중국이 어느 정도 해 주기를 바라나’라는 제목의 장문 사설을 통해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겨냥한 ‘외과수술식’ 타격에 나서면 중국은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한국과 미국이 38선을 넘어 지상전을 벌일 경우 즉각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미국의 군사적 타격을 용인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충돌이 발생하면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따른 군사지원 의무 제공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내에서 “북한을 보호할 게 아니라 군사적으로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은 무력수단을 통한 북한 정권의 전복과 한반도 통일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마지노선은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수위도 크게 높였다. 신문은 “일단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은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원유 ‘중단’이 아닌 ‘축소’를 거론한 것은, 중국 당국이 대북 제재 마지노선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어느 정도 축소할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에 따르겠다”고 못박았다.

환구시보가 중국을 대표해 ‘마지노선’을 제시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외교관들이 ‘환구시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로 정부 입장과 괴리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영 언론사들을 시찰할 때 유독 환구시보를 가리키며 “내 책상 위에 있는 신문”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무시할 수 있는 언론이 아닌 건 사실이다. 이 매체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발표하면 파장이 커질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4-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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