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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육아휴직’도 양극화… 중소기업, 대기업의 3분의1 그쳐

[단독] ‘육아휴직’도 양극화… 중소기업, 대기업의 3분의1 그쳐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7-04-20 22:34
업데이트 2017-04-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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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에 바란다-3대 취약계층을 살리자]

육아휴직 급여자 10년 전보다 男 24.6배 女 3.6배 늘었지만 작은 회사 다닐수록 휴직 힘들어

그나마 주어진 보육 제도도 맘껏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일과 육아 부담을 동시에 지고 있는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삶은 고달프다. 사단법인 여성·문화네트워크가 2014년 30~40대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워킹맘 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0.9%)은 ‘힘들다’고 답했다.

직장과 어린이집, 부모 눈치도 모자라 부부 서로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가임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2005년 1.08명 이후 가장 낮았다.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고통을 덜어 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의미다. 이들이 처한 현실과 보육 공약에 대한 평가와 반응, 전문가 제언 등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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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든 아빠든 직장 분위기나 경제적인 이유로 육아휴직을 쓰기는 쉽지 않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나타났다. 근로자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중견기업(100인 이상~300인 미만)과 대기업(300인 이상) 재직자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녀 버는 돈이 적고,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도 어려운 ‘보육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신문이 20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하는 ‘고용보험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를 처음 받은 사람은 남자 7616명, 여자 7만 5996명으로 10년 전인 2007년에 비해 각각 24.6배, 3.6배 증가했다.

고용보험의 통계집계가 시작됐던 2007년 휴직을 하고 처음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여성 근로자는 전체 피보험자 320만 9598명의 0.7%인 2만 875명이었다. 피보험자는 2015년 506만 4769명으로, 수급자도 7만 5996명(1.6%)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회사 규모에 따른 격차는 여전했다. 100인 미만 기업의 수급자는 2007년 피보험자 203만 7961명의 0.4%인 8145명에서 2015년 피보험자 325만 2893명의 1.0%인 3만 2799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견·대기업의 피보험자는 78만 3399명에서 122만 8276명으로, 수급자는 피보험자의 1.4%(1만 1012명)에서 3.2%(3만 9383명)로 늘었다. 육아휴직 사용자가 3배 이상 늘었지만 기업 규모에 따른 사용률 격차는 유지된 것이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회사 규모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07년 1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 근로자 가운데 육아휴직 초회 수급자는 208명에서 지난해 2186명으로 11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의 수급자는 23명에서 956명으로 42배, 대기업은 79명에서 4474명으로 57배 급증했다. 피보험자 중 수급자 비율은 100인 미만 중소기업이 2007년 0.006%에서 2015년 0.037%,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견기업이 0.003%에서 0.063%, 300인 이상 대기업이 0.005%에서 0.125%로 각각 늘었다. 2007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이 10년 사이에 3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 인원이 전체 근로자의 88%임을 고려했을 때 실제 육아휴직을 쓰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하거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쓸 수 없는 남성 근로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각각 8년, 5년째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25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도현(34)·최주연(30)씨 부부는 부인 최씨가 출산휴가에 이어 6개월 휴직을 했던 것이 육아휴직의 전부였다. 남편 김씨는 육아휴직을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복직하면 이어서 (내가) 휴직할까 했었는데, 수입이 줄어 생활 자체가 안 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주위 분들도 ‘우리같이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육아휴직을 쓰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렸어요. 맞는 말이죠. 라인에 인력이 빡빡하게 배치돼 제가 휴직을 하면 다른 사람을 뽑지 않을 수 없는데, 휴직이 끝나고 돌아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고 저는 어떻게 될까요.”

김태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중소기업에 맞는 육아휴직 장려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선심성 지원책이나 덮어놓고 벌칙을 가하는 방식은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4-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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