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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톡톡] 전쟁터서 동료 구하는 개미

[사이언스 톡톡] 전쟁터서 동료 구하는 개미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4-18 17:42
업데이트 2017-10-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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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과 일본군이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전투는 ‘오키나와 전투’입니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핵소고지’는 수직절벽에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마에다 고지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의무병으로 자원해 홀로 전우 75명을 구해낸 데즈먼드 도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지난해 개봉한 미국에서는 ‘최고의 전쟁영화’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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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메가포네라 아날리스라는 개미 종은 전장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구출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최신호에 실렸다. 미국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 제공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메가포네라 아날리스라는 개미 종은 전장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구출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최신호에 실렸다.
미국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 제공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 쉼 없이 전개되는 전투 현장에서 부상당한 전우를 구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대표적인 이타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타적이고 숭고한 행위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동물생태학 및 열대생물학과 연구진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코모에 국립공원에서 ‘메가포네라 아날리스’(Megaponera analis)라는 개미들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종의 개미들과 전투하다가 부상하거나 죽은 동료를 버려두지 않고 구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2일자 논문으로 발표됐습니다.

●화학물질 내뿜어 부상 사실 알려

유인원을 비롯한 많은 포유류들은 다른 구성원들과 수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포유류를 제외한 동물군에서는 이런 사회 구성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개미, 흰개미, 벌, 말벌 정도를 사회적 동물로 구분합니다. 이들은 여러 개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들의 이런 사회적 군집생활을 신기하게 여겨 자신의 소설들에 자주 등장시켰죠.

메가포네라 개미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사는 종으로 흰개미를 먹이로 삼고 있답니다. 흰개미 역시 다른 개미 집단의 공격을 막기 위해 병정 개미들을 갖고 있습니다. 흰개미와의 전투 중에 메가포네라 개미들도 부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부상당한 개미들이 소리를 지르는 대신 몸에서 화학물질을 내뿜어 자신의 부상을 동료들에게 알린다는 겁니다. 그러면 주위에 있던 다른 동료 개미들이 몸에 붙은 흰개미를 떼어내 주거나 부상당한 개미들을 부축해 개미굴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부상 당한 개미 치료 후 또 전투 참가

연구팀은 다친 개미들의 96% 이상이 구출됐고, 구조된 개미들의 약 95%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 다시 전투에 참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메가포네라 개미굴 크기는 부상한 개미를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다른 개미굴보다 29% 정도 더 넓다는 사실도 처음 알려졌습니다.

영국 서섹스대 사회곤충연구소 프랜시스 래트닉스 박사는 “구성원들이 집단의 잠재적 이익을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인간의 이타적 행위 근간에는 ‘공감’이라는 감정이 있지만 개미들에게는 페로몬 같은 화학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먹이를 두고 끊임없이 전투를 벌여야 한다면 병정 개미는 개미 집단에서 매우 큰 자산입니다. 치명적 상처가 아니라면 이들을 회복시켜 다시 업무를 하도록 돕는 것이 집단의 생존에 필수 요건일 겁니다. 이런 진화적 압력도 부상 개미 구출에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 분위기로 세상살이가 팍팍해져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곤충들도 다른 개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돕는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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