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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만명이 기자로… 가짜뉴스 발 못 붙여”

“전문가 4만명이 기자로… 가짜뉴스 발 못 붙여”

김양진 기자
입력 2017-04-13 01:12
업데이트 2017-04-1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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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안 언론들의 실험

정보 홍수 속에서 가짜뉴스도 극성이다. 신문·방송조차도 가짜뉴스를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검찰 한 고위 간부는 하루를 뉴스와 함께 시작하던 30년 넘은 오랜 습관을 최근 끊었다. 그는 “어떤 뉴스를 신뢰해야 할지 분간이 안 될 때가 잦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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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기자로 활동하는 인터넷 대안 언론 ‘더컨버세이션’의 에디터 수나다 크리그가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워클리재단 사무실에서 기사 생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기자로 활동하는 인터넷 대안 언론 ‘더컨버세이션’의 에디터 수나다 크리그가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워클리재단 사무실에서 기사 생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에 대한 목마름은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호주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들까지 생겨났다. 대학교수·연구원들의 글만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기성 언론의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설립 6년 만에 한 달 평균 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전문가 집단 규모는 지난해 4만 3000명으로 커졌다.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사실·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제공해 건강한 민주적 담론 형성에 기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모든 콘텐츠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필자가 제공하고, 상업 광고를 배제해 기사 신뢰성을 높입니다.”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수나다 크리그는 더컨버세이션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이 매체의 에디터를 맡고 있다. 더컨버세이션의 모토는 ‘학문적 엄격성, 저널리즘적인 감각’이다. 전문용어나 축약어 등으로 가득한 학자들의 글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기자 출신 에디터들이 쉽고 간결하게 풀어 쓰면서 16세 이하 청소년도 읽을 수 있도록 탈바꿈시킨다. 수나다 역시 로이터 자카르타 특파원 출신 경력 기자다.

2015년 7월 ‘행그리(hangry)의 과학: 왜 배가 고프면 화가 날까’라는 제목의 기사는 게재 이틀 만에 160만명이 읽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CNN 등 전 세계 언론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글은 시드니대 선임연구원 어맨다 살리스가 건강 상식이 사실인지를 체크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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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스켈턴
러셀 스켈턴
2013년부터 호주 국영방송 ABC에서 방영된 ‘팩트체크’는 정치인들의 발언 등을 중심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프로젝트다. 유력 언론인 더에이지(The Age)에서 편집부국장까지 지내고 정년 퇴직한 러셀 스켈턴이 담당했다. 3년 동안 팩트체크 기사를 1000여건 만들었고, 일부 기사는 100만번 이상 조회됐다. 호주 국회의원들이 대정부 질문 때 단골로 이용하는 소스로도 떠올랐다.

이즈음에 집권한 토니 애벗 정부의 공약을 끈질기게 추적해 상당수가 거짓이었다는 점을 폭로했다. 이후 호주 정부는 예산을 미끼로 팩트체크 폐지를 요구하고, 지난해 ABC가 이를 수용했다. 지난 4일 멜버른에서 만난 러셀은 “옳은지 그른지 애매한지까지 정확하게 수치를 내서 보여주니까 정치인들에게는 골칫거리였을 것”이라면서 “로열맬버른공대(RMIT)의 지원을 받아 팩트체크팀을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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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안탐 미쉬라
구안탐 미쉬라
3년 전 설립된 인클(inkl)은 모바일 앱으로 기사를 유료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신뢰받는 언론사들의 기사를 엄선해 제공하고 있다. 1건에 10센트, 한 달에 15달러(무제한) 정도를 받아 일부는 해당 언론사에 지급하고 있다. 현재 인클 독자 수는 18개국, 6만 3000명이다.

지난 4일 만난 구안탐 미쉬라 인클 대표는 “믿을 수 있는 기사를 보기 좋게 제공하면 통할 것으로 생각했고 목표로 했던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다”면서 “업무량이 많아져 직원도 새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시드니·멜버른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7-04-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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