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놀아라…나는…”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 솔로에 관한한 유명한 ‘명짤’. 저기 저 나무에 기대고 앉은 남성이 쓸쓸한지 외로운지 함부로 단정하지 말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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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라고 해서 봄꽃이 안 보이겠느냐. 친구와 11년째 내 봄나들이를 책임지고 있는 E대로 향했다.
그 옛날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손 떨려서 잘 못 사먹던 즉석 떡볶이를 볶음밥까지 추가해 호기롭게 먹고 교정을 거닐었다. E대는 역시 내 11년 지기답게 오색 창연했다. 벚꽃은 없지만 진달래와 목련이 여기저기 화창했다. 흐드러지게 핀 목련 아래에는 꼭 각종 포즈로 무장한 ‘여친’과 이를 야무지게 카메라에 담는 ‘남친’들이 명멸했다. 그 사이를 우리는 사진도 찍지 않고 걸었다.
목련 만개한 이화여대 교정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 목련이 활짝 만개해있다. E대는 역시나 ‘이대’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목련 아래서, 친구는 뜬금 말했다. “그런...가? 우리 그래?”
“아니, 취업 걱정 할 일도 없고, 지금 당장은 돈 때매 전전긍긍할 일도 없고. 내 밥벌이는 적당히 하고 있고, 일 돌아가는 사정은 이제 빤하고. 결혼을 해서 애 키울 걱정을 하길 하나. 이렇게 주말에 맘껏 돌아다니고 여행 가고 싶은데 가고, 인생에 이런 시절이 잘 없을걸.”
최근 나도, 일련의 애정사를 제외하면 참으로 평탄했다. 억지 연애를 끌어들여 속 시끄러울 일을 만들지 않는 이상.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안됐는지 최근 1년새 연애사가 그 어느 하나도 순탄치 않았다. 그 번잡한 썸이 끝나고 나면 물밀듯이 허탈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나는 사랑을 했던가, 아님 그냥 연애 혹은 관계 중독이었던가. 번민에 사로잡혔다.
서른 자락이 넘으면 ‘애련에 물들지 않는 바위’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애련에 더욱 시달리는 모래알’ 정도가 내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연애만 아니라면? 친구 말마따나 취업 걱정할 일도 없고, 챙겨야 할 남편이나 애가 있길 하나, 어느 정도 밥벌이에 적응된 일상까지 나쁠 게 없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보고 싶은 풍경이 생기면 기꺼이 동행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번잡한 연애사를 싫은 티 팍팍 내며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집에 가면 근 10년 만에 한 지붕에 뭉친 가족들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뭐가 문제야?” 라고 할 만한 환경이다.
역시 벚꽃은 진해
지난 1일의 경남 진해 군항제의 흐드러진 벚꽃. 역시 벚꽃은 진해다. (꼭 기자의 고향이 진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독자 ‘치히뇽’ 제공
독자 ‘치히뇽’ 제공
◆ 엄마는 말씀하셨네…“그 사소한 거 빼면 인생 별 거 없다”
엄마가 했던 말 중에 가장 좋았던 말은 “그 사소한 거 빼면 인생 별 거 없는데…” 였다. 결국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 인생을 이룬다는 얘기다.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그것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거니까.
꽃이 예쁘면 예쁜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나를 만나는 이도 행복하고, 그 관계도 행복하다. 솔로든 커플이든 관계없이 이 봄날을 듬뿍 즐기자.
심지어 빨대가 하트 모양이야!
자주 가는 회사 근처 카페는 꽃피는 계절을 맞아 커피 컵과 홀더, 빨대까지 모두 ‘리뉴얼’했다. 심지어 빨대가 ‘하트’ 모양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봄을 맞아 새로 만들어 본 로고. 혹자는 봄은 커녕 늦가을이라고, 또 다른 이는 ‘잔잔해 보이지만 알고보니 치정극인 일본 영화 포스터 같다’고 했다. 분명히 해운대 봄 바다에서 찍은 것인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