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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9. ‘벚꽃엔딩’의 계절…솔로들에게 바치는 노래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9. ‘벚꽃엔딩’의 계절…솔로들에게 바치는 노래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4-04 17:21
업데이트 2017-04-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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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놀아라…나는…”
“너희들은 놀아라…나는…”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 솔로에 관한한 유명한 ‘명짤’. 저기 저 나무에 기대고 앉은 남성이 쓸쓸한지 외로운지 함부로 단정하지 말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4월이라 꽃이 핀다. 개나리부터 진달래, 목련에 벚꽃까지. 여기저기 꽃내음으로 눈과 코가 아찔하다.

솔로라고 해서 봄꽃이 안 보이겠느냐. 친구와 11년째 내 봄나들이를 책임지고 있는 E대로 향했다.

그 옛날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손 떨려서 잘 못 사먹던 즉석 떡볶이를 볶음밥까지 추가해 호기롭게 먹고 교정을 거닐었다. E대는 역시 내 11년 지기답게 오색 창연했다. 벚꽃은 없지만 진달래와 목련이 여기저기 화창했다. 흐드러지게 핀 목련 아래에는 꼭 각종 포즈로 무장한 ‘여친’과 이를 야무지게 카메라에 담는 ‘남친’들이 명멸했다. 그 사이를 우리는 사진도 찍지 않고 걸었다.
목련 만개한 이화여대 교정
목련 만개한 이화여대 교정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 목련이 활짝 만개해있다. E대는 역시나 ‘이대’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리 지금 딱 좋지 않니?”

목련 아래서, 친구는 뜬금 말했다. “그런...가? 우리 그래?”

“아니, 취업 걱정 할 일도 없고, 지금 당장은 돈 때매 전전긍긍할 일도 없고. 내 밥벌이는 적당히 하고 있고, 일 돌아가는 사정은 이제 빤하고. 결혼을 해서 애 키울 걱정을 하길 하나. 이렇게 주말에 맘껏 돌아다니고 여행 가고 싶은데 가고, 인생에 이런 시절이 잘 없을걸.”

최근 나도, 일련의 애정사를 제외하면 참으로 평탄했다. 억지 연애를 끌어들여 속 시끄러울 일을 만들지 않는 이상.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안됐는지 최근 1년새 연애사가 그 어느 하나도 순탄치 않았다. 그 번잡한 썸이 끝나고 나면 물밀듯이 허탈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나는 사랑을 했던가, 아님 그냥 연애 혹은 관계 중독이었던가. 번민에 사로잡혔다.

서른 자락이 넘으면 ‘애련에 물들지 않는 바위’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애련에 더욱 시달리는 모래알’ 정도가 내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연애만 아니라면? 친구 말마따나 취업 걱정할 일도 없고, 챙겨야 할 남편이나 애가 있길 하나, 어느 정도 밥벌이에 적응된 일상까지 나쁠 게 없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보고 싶은 풍경이 생기면 기꺼이 동행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번잡한 연애사를 싫은 티 팍팍 내며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집에 가면 근 10년 만에 한 지붕에 뭉친 가족들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뭐가 문제야?” 라고 할 만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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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벚꽃은 진해
역시 벚꽃은 진해 지난 1일의 경남 진해 군항제의 흐드러진 벚꽃. 역시 벚꽃은 진해다. (꼭 기자의 고향이 진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독자 ‘치히뇽’ 제공
 

◆ 엄마는 말씀하셨네…“그 사소한 거 빼면 인생 별 거 없다”

엄마가 했던 말 중에 가장 좋았던 말은 “그 사소한 거 빼면 인생 별 거 없는데…” 였다. 결국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 인생을 이룬다는 얘기다.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그것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거니까.

꽃이 예쁘면 예쁜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나를 만나는 이도 행복하고, 그 관계도 행복하다. 솔로든 커플이든 관계없이 이 봄날을 듬뿍 즐기자.
심지어 빨대가 하트 모양이야!
심지어 빨대가 하트 모양이야! 자주 가는 회사 근처 카페는 꽃피는 계절을 맞아 커피 컵과 홀더, 빨대까지 모두 ‘리뉴얼’했다. 심지어 빨대가 ‘하트’ 모양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그러나 또 한가닥 헛된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은 ‘13년 지기’ 유자타로도사(30·여)가 봐준 타로에 물 흐르듯 4월에 좋은 이를 만나게 된다고. 타로 같은 것은 또 안 믿겠다 해도, 또 값진 사소한 것을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나. 근데 흐를 물이 없는데 어디서 물이 흐르죠? 알려줘요, 도사님!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봄을 맞아 새로 만들어 본 로고. 혹자는 봄은 커녕 늦가을이라고, 또 다른 이는 ‘잔잔해 보이지만 알고보니 치정극인 일본 영화 포스터 같다’고 했다. 분명히 해운대 봄 바다에서 찍은 것인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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