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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대통령 회고록/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회고록/최용규 논설위원

최용규 기자
입력 2017-03-31 22:32
업데이트 2017-03-3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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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다. 평전이나 전기와 달리 기술 및 구술 주체가 본인이다. 찬사 못지않게 왜곡이나 미화 논란에 빠지는 이유가 된다. 특히 대통령의 회고록은 재임 시절의 일이 주가 되는지라 출간되기 무섭게 찬반양론이 일고, 세인의 입에 오르기 십상이다.
살아 있는 현대사로 평가받는 JP(김종필)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묻는다. “임자(JP)는 회고록을 많이 읽었다는데 누구 게 맘에 들어?” 1979년 궁정동에서 10·26 총성이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냈을 것이다. 뭔가 맘에 둔 게 있어 심복에게 의중을 묻지 않았을까. 어쨌든 JP 왈(曰) “처칠과 드골이지요”.

대통령의 회고록은 ‘1차 사료’다. 먼 훗날 후손들이 펼쳐 보고 그 시대를 반추하기에 개인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시대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어야 한다. 거짓과 미화가 아닌 객관적 사실이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 회고록’이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전쟁 영웅인 원스턴 처칠(1874~1965)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은 회고록의 바이블로 통한다.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줘서가 아니라 1500만명의 사망자와 3450만명의 부상자를 기록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인간적 고뇌를 사실적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실에 입각한 회고록은 감동과 흥분을 자아낸다.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되면 정가는 후끈 달아오르는 법이다. 죽은 권력이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글이 포함되기 마련인 탓이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되기도 하지만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전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십중팔구 회고록을 집필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구속된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3권짜리 회고록이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사태 이후 더이상 (박근혜)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사람들을 보내 대권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하기에 완곡하게 뜻을 접으라 했다고도 썼다.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박 전 대통령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내밀함을 건드린 이 회고록에 훗날 박 전 대통령이 뭐라 할지?.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2017-04-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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