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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 알려준 자전거 목사… 가난한 이들을 위한 위안과 보탬

노동의 가치 알려준 자전거 목사… 가난한 이들을 위한 위안과 보탬

김성호 기자
입력 2017-03-30 17:34
업데이트 2017-03-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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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섬기며 자전거 봉사하는 새뜻교회 정호성 목사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직업만족도’ 조사 결과는 주목할 부분이 많다. 급여만족도, 근무조건 등을 고려해 평가한 만족도에서 목사가 3위에 올라 회자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평판과 상관없이 이웃과 부대끼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목회자가 적지 않다. 사단법인 ‘사랑의 자전거’의 정호성(59) 대표도 그런 목회자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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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전거를 활용해 나눔의 목회에 천착해 사는 사회적기업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대표. ‘새뜻 교회’ 담임 목사이기도 한 정 대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면 먼저 가난한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폐자전거를 활용해 나눔의 목회에 천착해 사는 사회적기업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대표. ‘새뜻 교회’ 담임 목사이기도 한 정 대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면 먼저 가난한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어려운 이웃에 보탬이 되고 공기오염을 줄이는 환경 정화에도 일조할 수 있고, 좋은 목회의 길이 아닌가요.” 사단법인 ‘사랑의 자전거’는 2006년 정 대표가 지인과 함께 세워 운영하다가 3년 전부터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방치된 폐자전거를 수거해 재생산한 뒤 싼값에 팔거나 공부방이나 노인정, 아동복지센터 등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 행주내동 제2자유로 고가도로 아래 행주산성 입구의 자전거 적치장 겸 정비소를 기자가 찾았을 때도 정 대표는 서울 은평구에서 수거해 온 폐자전거들을 차에서 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들이 많아요. 다시 정비해 어려운 이웃들이 쓸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은 일이지요.”

정 대표는 한신대를 졸업하고 기독교장로회(기장) 북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성북구 삼선동의 새뜻교회 담임 목사로 재직 중인 목회자이다. 평일 신방을 다닐 수 없어 일요일 하루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토론도 하며 가난한 목회를 이끌고 있다.

그런 목회자가 왜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예수님은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신학교 다닐 때부터 늘 이 말을 새기고 살았다고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목회는 정 대표의 으뜸 모토였다. 목사 안수를 받은 직후부터 재개발이 한창이던 서울의 산동네 삼양동 주민들과 어울리며 목회를 이끌었다. 자동차 운전과 정비기술을 배워 가락시장에서 청과물을 받아다 싼값에 주민들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주민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자동차 기술을 가르치고 집 수리를 해 주는 자활사업에도 5년여 몸담았다가 ‘사랑의 자전거’에 전력하고 있단다.

‘사랑의 자전거’는 비영리 사회적기업인 만큼 수익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형편. 정 대표, 아니 정 목사를 포함해 모두 9명의 직원이 수익 아닌, 사랑과 나눔의 봉사로 똘똘 뭉쳐 산다고 한다. “종교는 세상 사람들이 가장 선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지도 아닐까요. 교회와 목회자는 응당 올바른 지도를 그려 솔선해야지요.”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가난한 이웃 속에서 가난하게 살라고 외쳤던 예수님의 삶을 올곧게 살아내야 한단다. 그런 점에서 교회에 팽배한 안락과 특권의식은 영광을 좇는 허황의 적폐라고 잘라 말한다. 그 대신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새겨 보자고 강조한다. “최근 대선 예비 후보들이 한결같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고 있지만 수치적 공약보다 청년들에게 일하는 보람과 의미를 먼저 깨우치게 할 수 있는 약속이 아쉽습니다.”

폐자전거를 재생산해 무상 기부하려 해도 받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흔하다고 한다. 재생산한 자전거 2000대를 미얀마에 기부하기도 했던 정 대표는 일자리를 찾는 이들을 위해 자전거 정비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그 바탕엔 봉사의 마음이 깔려 있다. 요즘은 자전거를 이용한 창업용 푸드바이크와 노인들을 위한 폐지 수거용 손수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나눔과 봉사를 위한 ‘자전거 목사’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저의 생활이 실패한 삶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서 위안과 보탬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만족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7-03-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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