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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에다 군기잡기 성희롱까지…매년 반복되는 대학가 ‘구태’

욕설에다 군기잡기 성희롱까지…매년 반복되는 대학가 ‘구태’

입력 2017-03-28 10:25
업데이트 2017-03-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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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상대 ‘군기 잡기’ 되풀이…“학생 인권교육 강화해야”

희망에 부풀어 대학 문턱을 넘은 신입생들이 대학가 구태에 좌절하고 있다.

술자리 게임을 빙자한 지나친 스킨십과 욕설, 군기 잡기 탓에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에 차있어야 할 신입생들의 표정은 연일 울상이다.

전북의 한 사립대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26일 학내 군기 잡기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학 사범대 신입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사’ 때문에 군기를 잡혔다”며 “선배 얼굴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를 못 했는데, (이를 본 한 선배가) 나를 빈 교실에 앉혀놓고 군기를 잡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후배 대면식 때도 술에 취한 선배가 화장실로 불러 군기를 잡더니 욕설을 퍼붓고 해코지를 했다”며 “학내 행사에 선보일 춤을 준비할 때 ‘춤 못 추면 선배들이 확인하러 와서 욕하고 군기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나는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려고 대학에 입학하지 않았다”며 “군기 잡기 자체가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이 대학 역사교육학과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학내 군기 잡기 실태를 SNS에 털어놨다.

그는 “청사제라는 체육대회가 끝난 뒤 신입생과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 등이 모여서 술을 마신다”며 “(행사 마무리 때) 학회장에게 경례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시 경례 구호는 역사교육학과의 두 글자를 딴 ‘역, 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의 구태를 추가 제보한 누리꾼은 “학과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공청회’를 열어 윽박지르고 욕설을 한다”며 “현장답사에 가서도 뛰지 않으면 욕을 먹고, 선배들이 뒤에서 화를 낸다. 문화재를 보러 온 건지 육상경기를 하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밖에 선·후배 대면식에서 여자 신입생에게 술자리 게임을 빙자한 과한 스킨십을 강요했다는 주장과 MT 미 참석자에게도 MT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대학가의 구태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학의 폐쇄적인 구조를 꼽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의 문화는 표면적으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래 안에서 학번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단합을 강조하다 보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다”며 “선배들이 후배의 사회진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공계, 예체능 계열에서 이런 군기 잡기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군대에서 배워오거나 흘러든 문화가 불합리하다거나 나쁘다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며 “학교는 이런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인권교육 등 통한 학생지도로 군기 잡기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반 교육적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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