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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50대 가장이 런던테러범으로 돌변한 까닭은

차분한 50대 가장이 런던테러범으로 돌변한 까닭은

입력 2017-03-24 10:11
업데이트 2017-03-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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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잡범전과가 전부…이웃 “좋은 사람이었다”전문가 “IS, 감시망 벗어난 ‘언저리 인물’ 적극 포섭”

영국 심장부를 공격한 뒤 사살된 테러리스트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범행동기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가벼운 범죄 전력이 있지만 테러리스트로는 볼 수 없을 차분한 삶을 살아온 50대 가장이 왜 극단주의 폭력을 선택했는지에 안보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차량·흉기 테러를 벌여 최소 4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영국 출신의 52세 남성 칼리드 마수드로 밝혀졌다.

영국 BBC방송,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언론은 마수드의 이력을 살핀 뒤 그가 평온한 가장에서 테러리스트로 돌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3일 런던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기혼인 마수드는 1964년 12월 영국 남부 켄트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웨스트 미들랜드주(州) 버밍엄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다.

현지 매체들은 그가 최근 루턴과 영국 동부지역에도 거주했다며 루턴에서 함께 동거한 39세 여성은 그의 범행 이후 추후 테러를 준비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마수드가 거주했던 버밍엄 윈슨그린 지역의 이웃들은 그가 차분했고 가족들도 매우 조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그가 무슬림 신도들이 기도할 때 입는 하얀 예복을 종종 입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한 이웃은 “마수드는 매우 차분한 사람이었다”며 “TV에서 그의 사진을 보고서야 우리 동네 살았던 남성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웃의 말을 인용해 마수드가 이슬람으로 개종해 매우 열성적으로 기도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지역지 버밍엄메일은 마수드에게 젊은 아시아 아내, 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는 이웃의 증언을 전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까지는 평온하게 보이던 마수드의 삶 뒤에는 다수 범죄 전과가 있었다.

런던경찰청은 마수드가 폭행, 상해, 무기 소지, 공공질서 위반 등의 혐의로 2003년까지 수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마수드는 19세이던 1983년 첫 유죄판결을 받은 이래 2003년 12월 칼을 소지한 혐의로 마지막으로 기소됐다.

전과 기록을 볼 때 30대 후반에 마지막 범법행위를 저지른 뒤 14년 동안 조용히 살아온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테러와 관련해 기소된 적은 없어 현재 정보당국의 테러 의심 감시망에 있지 않았고 런던경찰청도 그가 범행할 것이라는 첩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마수드가 몇 년 전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관련성이 의심돼 국내정보국(MI5)로부터 한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그동안 ‘테러 주변부’ 인물로 판단됐다고 전했다.

여러 가명을 사용했던 마수드는 이번 범행에 쓸 차량을 빌릴 당시 교사를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BBC방송은 마수드가 이번 주 초 버밍엄 북부에 있는 렌터카업체 엔터프라이즈의 스프링힐 지점에서 현대 투산 차량을 빌렸고, 차를 렌트할 당시 직업란에 ‘교사’라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는 영국 내 학교에서 자격증을 갖춘 교사로 일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안보당국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주목을 받지 않던 마수드가 런던 심장부를 공격한 거대 악당으로 돌변한 원인이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대테러 정책을 수립해 참사 재발을 막는 데 핵심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점을 고려할 때 IS가 주변부 인물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마수드를 의도적으로 선동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관리하는 영국 M15는 현재 3천여 명을 테러 의심자 명단에 올려놓았지만, 이중 요주의 인물인 500명에게만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대테러 전문가 라파엘로 판투치는 FT에 “이번 테러는 우리가 예상했던 (테러단체들의 선동) 패턴과 꽤 잘 들어맞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단체들은) 테러리스트 의심 명단에 올라있지만, 요주의가 아니라 주변부에 있는 인물들을 찾고 있다”며 테러단체 관계자들이 이런 인물들과 접촉해 테러 사상을 전파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극단주의에 경도된 이들이 벌이는 테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현재 정보기관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FT도 이번 테러가 마수드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지긴 했지나 그의 극단주의 사고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이번 테러와 관련해 영국 당국이 체포한 이들을 조사한다면 그가 어떻게 극단주의 단체와 접촉해 경도됐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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