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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통합, 헛된 구호여선 안 된다/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시론] 사회통합, 헛된 구호여선 안 된다/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입력 2017-03-23 23:02
업데이트 2017-03-2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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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지난 10일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탄핵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탄핵이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이라는 흘러간 행적에 대한 응징이라면, 대선은 향후 나라를 이끌어 갈 최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탄핵이든 대선이든 모두 국가 권력과 직결된 사안임이 분명하나, 이제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선거 기간에는 정당을 위시한 정치 세력들이 이합집산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에 관한 정강정책이 공론화한다. 외교·국방에서부터 민생·치안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정 과제가 공표되고 날 선 공방이 오고 갈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유권자들에게는 일과에 쫓겨 깊이 생각하지 않던 난제들을 공적 시각에서 되돌아보는 값진 기회가 주어진다. 소란스러운 선거가 민주사회의 꽃이요, 민주주의가 차선(次善)의 통치제도로 간주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는 사실 현격한 차이가 읽히지 않는다. 청년 실업을 위시한 일자리 대책, 불황 극복을 위한 경제 정책, 교육혁신이나 공공복지 강화 등과 같은 일률적 과제 목록도 그렇거니와 정책 방향이나 목표에 대한 이견도 크지 않은 것 같다.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핵 위협이나 한·미 동맹 관계 등을 이유로 대부분 후보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불가피성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안 과제들을 협치나 연정과 같은 공조적 방식으로 풀어 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새로 탄생할 정부를 위해 이번 대선 기간에 후보자들이 각별히 엄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편 가르기 행위를 금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념, 계층, 직위, 지역, 세대 등을 소재로 한 분쟁 상황에서 편파적 진영 논리나 적대 행위가 성행해 왔다.

이로 인해 국론이 종횡으로 갈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결정이 지체된 사례가 허다하다. 더구나 촛불시위대와 태극기부대를 가로지르는 차벽이라는 내국적 비무장지대(DMZ)가 광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최근 정황까지 고려하면 사회통합의 필요성이나 절박성을 다시금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후보들이 사회통합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득표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번만은 그들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후보들도 그러한 여망을 무겁게 받아들여 차기 정부의 순항을 가로막는 네거티브 전략을 자제했으면 한다.

지난날 우리 선거 캠페인의 핵심 주제는 안보, 경제, 성장, 복지, 번영 같은 것들이었다. 즉 생존이나 풍요가 선거철의 단골 메뉴였고, 그중에도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일차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사회통합이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먹고살 만해져서 생계 문제를 넘어선 사회관계로 눈을 돌리게 됐을까. 장기적 불황 국면에 가중되는 생활고를 고려한다면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보다는 날로 고착화되는 계급적 단절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가 발전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사회 저변에 팽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은 빈부 차이가 확대되는 격차사회로 들어섰다. 또 빈부 격차가 사회문화적 차원이나 의식적 차원으로 파급되면서 격차사회는 분절적 형태로서의 계급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금수저·은수저 같은 용어는 계급 간 단절성을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언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계급사회로서의 연조를 더해 감에 따라 단절적 삶의 고통이 분노를 낳고, 분노는 원한을 남기며, 원한은 급기야 내상이 돼 우리 사회를 격렬한 저항과 갈등의 도가니로 이끌곤 한다. 따라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국가 안보나 경제성장 이후에나 등장하던 사회통합을 무엇보다 화급한 시대적 현안 과제로 끌어올려 역설하고 있다는 점은 격려해 마땅하다고 본다.
2017-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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