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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시중은행 “대우조선 출자전환할 테니, 추가 충당금 안 쌓게 좀… ”

[경제 블로그] 시중은행 “대우조선 출자전환할 테니, 추가 충당금 안 쌓게 좀… ”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7-03-22 18:14
업데이트 2017-03-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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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행정 지도’ 당국에 요청… 여신 1등급 하락에 20% 쌓아야

자금난에 몰린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놓고 시중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우조선에 물려 있는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꿔 달라(출자전환)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을 퇴출할 게 아닌 이상 이런 출자전환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기류입니다. 문제는 충당금입니다. 충당금은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 놓는 돈입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충당금은 더 쌓지 않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하네요. 은행들은 대출 등 여신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이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충당금을 달리 쌓습니다.

현재 대우조선 대출금은 떼일 위험이 높지는 않지만 잘 감시해야 하는 ‘요주의’로 돼 있습니다. 주식은 대출보다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떼일 위험이 더 높아진 만큼 통상 관리등급을 강화합니다. ‘요주의’는 충당금을 7~19%만 쌓으면 되지만 이보다 한 단계 나쁜 ‘고정이하’로 분류하면 최소 20% 이상을 쌓아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보다 적게는 5%, 많게는 10% 포인트 이상을 더 쌓아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그러니 대우조선 여신 등급이 ‘고정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실상 행정지도를 당국에 요청한 것이지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여신 등급 분류는 은행들이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인데 오죽 죽을 맛이면 이런 요청을 당국에 했겠느냐”고 털어놓았습니다. 대우조선처럼 여신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 파장이 큰 경우에는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한 은행이 여신 등급을 내리면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가세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종종 금융 당국은 ‘(하향 조정을) 신중하게 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로서는 섣불리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시대가 달라져 ‘자체 위험관리 원칙’을 앞세우며 불응하는 곳도 있습니다.

은행권의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은 19조 8000억원입니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5000억원 이상으로 많습니다. 충당금 적립률도 10% 안팎에 불과해 추가 적립 부담이 큽니다. 은행권이 “우리는 안 내릴 테니 다른 은행들도 내리지 않게 해 달라”는 행정지도를 먼저 당국에 요청한 속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뒷맛이 씁쓸합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7-03-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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