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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호타이어 매각, 쌍용차 재판은 안 된다

[사설] 금호타이어 매각, 쌍용차 재판은 안 된다

입력 2017-03-20 22:38
업데이트 2017-03-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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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채권단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 때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를 일축해 왔다. 아예 채권단은 얼마 전 중국 국영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와 주식 매매 계약을 하고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그런데 어제 채권단 측이 한발 물러나 박 회장 요구 수용 여부를 22일까지 결정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이런 입장 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일제히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기업의 인수전까지 왈가불가하는 것은 그다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방산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는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만 쏙 빼먹고 ‘먹튀’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기아차, 삼성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3대 축이다. 지역 경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면 인근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지금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반중 감정이 최악인 상황 아닌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 추진이 ‘사드 달래기’ 용도가 아닌가 의심한다”는 발언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양국 관계를 볼 때 그럴 만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도시바 반도체를 매각하면서 국부 유출과 기술 유출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을 채권단은 주시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 매각 때 경제 논리 못지않게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박 회장도 책임 있는 기업인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기대어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를 해결할 심산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채권단은 아예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원점에서 모색하기 바란다.
2017-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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