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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씌운 성추행 누명… 자살 내몰린 대학 교수

동료가 씌운 성추행 누명… 자살 내몰린 대학 교수

입력 2017-03-17 18:12
업데이트 2017-03-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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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소문 퍼트린 교수 파면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성추행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부산 서부경찰서와 동아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아대 손모(33) 조교수는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손 교수는 같은 해 3월 말 경주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술자리에서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학내에 붙으며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다고 한다. 손 교수는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의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손 교수의 결백을 주장하며 수사를 요구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가 재직하는 학과의 학생 A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D교수가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허위 사실을 쓴 대자보 때문에 손 교수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동아대의 자체 조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갔던 C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를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어 C교수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려고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동아대 측은 보고 있다. 특히 C교수는 고참 교수의 정년 퇴임으로 자리가 비는 정교수 자리에 손 조교수를 배제하고 자신의 후배를 앉히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동아대는 또 같은 과인 D교수도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대는 지난달 졸업을 앞둔 A씨를 퇴학 처분하고 지난 3일 C교수는 파면했다. 경찰은 동아대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7-03-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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