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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질주 한계를 넘다

극한의 질주 한계를 넘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3-14 17:56
업데이트 2017-03-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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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의 철인경기’ WRC 후끈

“영원한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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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6 월드랠리챔피언십(WRC)’ 6차 대회에서 현대모터스포트팀의 ‘간판 선수’ 티에리 누빌이 탄 현대차 ‘신형 i20 랠리카’가 산악 지대를 질주하고 있다. 티에리 누빌은 이 대회에서 개인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차 제공
지난해 6월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6 월드랠리챔피언십(WRC)’ 6차 대회에서 현대모터스포트팀의 ‘간판 선수’ 티에리 누빌이 탄 현대차 ‘신형 i20 랠리카’가 산악 지대를 질주하고 있다. 티에리 누빌은 이 대회에서 개인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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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멕시코 다섯 번째 도시 레온에서 열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2017’ 3차전은 시트로앵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찌는 듯한 더위, 험한 산악 지대 등 악조건 속에서 897.68㎞를 내달려야 하는 경주는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다 2라운드 접어들면서 시트로앵 토탈 아부다비 WRT팀의 크리스 미케가 앞으로 치고 나왔다. 줄곧 1위로 질주한 이 선수는 3시간 22분 4.6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4년 만에 WRC 대회에 복귀한 시트로앵팀이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 준 경주였다. 시트로앵팀은 지금까지 WRC 대회에서 9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1차전 우승팀인 포드 M스포트 월드랠리팀에 돌아갔다. 시트로앵팀을 끈질기게 따라붙은 덕분에 1위와의 격차를 13.8초까지 좁혔다. 3위는 3시간 23분 4.3초를 기록한 현대모터스포트팀이 차지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올해 처음으로 3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WRC 대회는 F1, WTCC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경주 대회로 불린다.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 13개국을 돌며 치러지는데 ‘가장 혹독한 모터스포츠’, ‘자동차 경주의 철인경기’로 악명이 높다. F1처럼 서킷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일반도로 및 자갈밭, 빙판길 등에서 경주를 펼치다 보니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월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펼쳐진 1차전 대회에서는 현대모터스포트팀의 경주차가 미끄러지면서 관중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개막전 첫 번째 구간 경주는 취소됐다. 다만 대회 전체가 취소되지는 않았다.

이 대회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제작된 경주용 차가 출전한다는 점에서 F1과 다르다. 차체 외에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섀시 등 부품도 대회 규정에 맞춰야 한다. 또 출전 차량은 연간 2만 5000대 이상의 생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i20 차량을 개조해 출전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 새로 복귀한 시트로앵팀은 C3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C3 WRC 2017’ 차량으로 재미를 봤다. 이 차량은 1.6ℓ 터보 직분사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00Nm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뽐낸다. 무게는 1190㎏에 불과하다.

고성능 경주용차 개발은 물론 극한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까닭에 개별 팀이 아닌 제조사를 대표해 참가하는 팀은 많지 않다. 올해 대회엔 시트로앵, 포드, 도요타, 현대차, 스코다 등만이 참가했다. 4년 연속 우승팀인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사태’ 여파로 출전하지 않았다. 이 중 도요타의 참가가 눈에 띈다. 도요타는 1999년 이후 18년 만의 대회 출전이다. 코롤라를 이끌고 세 차례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던 도요타는 2015년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인 비장의 무기 ‘야리스 랠리카’를 앞세워 우승 도전에 나섰다. 이 차량은 1.6ℓ 직분사 엔진에 380마력의 성능을 낸다.

1차 대회부터 도요타 가주레이싱팀은 심상치 않았다. 첫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더니 지난달 스웨덴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 포드팀을 앞지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팀을 이끈 핀란드 출신의 야리마티 라트발라는 WRC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통한다. 2002년 처음 WRC에 출전해 지난해까지 169회를 출전하며 16승을 기록했다.

신흥 강자 현대차도 2000년 ‘베르나 랠리카’로 WRC에 처음 출전했다가 4년 만에 접은 바 있다. 투자 비용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2012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WRC 참가 계획을 발표하고, 같은 해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운 뒤 2014년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출전 첫해 독일 대회에서 팀 종합순위 1위, 드라이버 부문 1, 2위를 동시에 석권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현대차는 종합 순위 4위로 마감했다. 2015년에는 한 계단 오른 3위까지 올라섰으며,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회와 이탈리아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맛봤다. 현대차에 두 차례 우승컵을 건넨 현대모터스포트팀의 티에리 누빌 선수는 폭스바겐이 빠진 올해 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 도전에 나섰지만 일단 3차 대회까지는 3위가 최고 성적이다.

1차 대회부터 3차 대회까지 3위권에 든 포드 M스포트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 선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선수는 폭스바겐 출신으로 4관왕에 오른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다음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4차 대회의 우승컵이 어느 팀에 돌아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체들이 WRC 대회에 목을 매는 건 마케팅 효과가 기대 이상이어서다. 경기 관람객 수는 연간 360만명을 넘고, 중계 국가가 160여개국에 달한다. 현대차는 “올해 대회에서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해 시상식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도록 하겠다”고 강한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3-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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