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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초록빛이다 초봄의 볕도 초보의 꿈도

[포토 다큐] 초록빛이다 초봄의 볕도 초보의 꿈도

박지환 기자
박지환 기자
입력 2017-02-26 17:34
업데이트 2017-02-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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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농사꾼의 色다른 첫 봄맞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을 지닌 우수가 지난 지 10일 가까이 됐다. 우수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끼여 있는 24절기 중 하나다. 이맘때쯤이면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흙을 촉촉하게 적시고 보드랍게 내려 쬐는 봄 햇살을 머금은 낱알이 싹을 틔워 내려고 한다. 농촌에서는 예부터 우수를 농한기가 끝나고 농번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지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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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 김대연씨가 겨우내 싹을 틔운 보리에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초보 농사꾼 김대연씨가 겨우내 싹을 틔운 보리에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명문대 졸업·직장 생활하다 귀향… “첫해 농사 망칠 뻔했죠”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대연(32)씨는 2년차 초보 농부다. 그는 이 마을에서 유일한 30대로 가장 어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몇 해 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귀향하면서 마을의 최연소 농부가 됐다. 경험이 없는 초보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겪었고, 아직도 겪는 중이다. 그는 “한 번은 논에 물을 잘못 대서 농사를 전부 망칠 뻔했어요”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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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든 그의 푸른 대파밭 앞으로 트랙터가 지나고 있다.
풍년이 든 그의 푸른 대파밭 앞으로 트랙터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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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자체 도움 없이 7000여만원을 들여 국내 드론 전문업체 카스컴에서 구입한 농업용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그는 이 드론이 미래 농업의 열쇠라 생각한다.
최근 지자체 도움 없이 7000여만원을 들여 국내 드론 전문업체 카스컴에서 구입한 농업용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그는 이 드론이 미래 농업의 열쇠라 생각한다.
●50㎏ 거름 살포기 메고 보리밭으로… 얼굴엔 땀이 줄줄

초보 농사꾼의 2년차 첫 봄맞이 일정은 겨우내 논에 심어 둔 보리에 거름을 주는 일이다. 날이 풀려 봄비가 오기 전 거름을 뿌려야 빗물에 거름이 녹으며 토양에 잘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할 만큼 중요하면서도 힘든 작업이다. 무거운 고압 살포기를 어깨에 메고 논을 직접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30㎏의 거름에다 고압 살포기 자체 무게까지 합하면 50㎏에 이른다. 이 장비를 메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쌀쌀한 날씨임에도 얼굴에 땀이 절로 맺힌다. 초보인 그에게는 아직 모든 작업이 낯설고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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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시작할 대파 농사를 위해 구입한 씨앗 깡통.
올해 새로 시작할 대파 농사를 위해 구입한 씨앗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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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서 구입해 온 비료를 고압 살포기에 담고 있다.
농협에서 구입해 온 비료를 고압 살포기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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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친 그가 컴퓨터를 이용해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그가 컴퓨터를 이용해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청년 농부들과 6억 들여 드론 구입… “농업도 新기술 필요”

농사에는 초보인 김대연씨지만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얼마 전 그는 주변 마을 젊은 청년 농부들과 함께 약 6억원을 들여 농업용 드론 13대를 주문했다. 적지 않은 투자지만 미래 농업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큰 투자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함께 드론을 구입한 박정길(36)씨는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빠르고 정확하고 적은 힘으로 농약을 투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며 “드론은 그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농업 기계”라고 말했다. 현재 농업의 트렌드인 규모의 농법 아래에서는 적절한 농기계의 활용이 성공적인 농사를 가름하는 절대적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겨울 지나 봄이 오듯… 농업의 꿈도 싹 틔울 날 오겠죠”

최근 그는 친환경 대파 재배와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를 갖는 밭작물에 관심이 높다. 그가 농업 학술 세미나나 신기술 시연회에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농촌은 레드오션이면서 곧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농업은 포화 상태지만 아직 신기술을 활용한 신농업 먹거리는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그는 얼마 전 고부가가치 작물로 떠오른 우엉을 텃밭에 시범 재배했다. 싹이 올라와야 할 밭에 아직 싹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실패한 농사니 갈아엎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면 언젠가는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농사꾼 김대연씨도 마찬가지다. 아직 그에게 싹은 트지 않았다. 하지만 내일의 그는 오늘과는 다를 것이다. 물을 주고 기다리다 보면 그도 성공한 영농인으로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앞날에 건승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17-02-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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