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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더 늦기 전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더 늦기 전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7-02-15 18:12
업데이트 2017-02-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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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나라 안에 용암이 만든 비경들이 꽤 많다. 제주도 중문의 주상절리가 대표적이고 경북 경주 양남면의 부채꼴 주상절리도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부권에서는 연천, 포천 등 경기 북부와 강원 철원 등에 비경이 많다. 포천의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537호)는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명소 반열에 올랐고, 연천의 재인폭포 역시 그간의 부침을 극복하고 옛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뿐이랴. 세계적으로 드문 형태의 베개용암(천연기념물 542호) 등이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에 검은 현무암의 세계를 펼쳐 놓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이를 돈벌이로 삼으려는 이들도 생겨난다. 돈은 욕심을 부르고, 욕심은 과욕을 부르기 마련이다. 올해 초 연천에서 현무암 주상절리를 무단 채취해 반출한 절도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를 묵인해 준 공무원들도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들이 불법 채취해 조경용으로 판 현무암은 얼추 5500t, 시가 6억 4000만원 정도다. 드러난 게 이 정도니 그간 얼마나 더 많은 현무암 주상절리들이 수난을 겪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무암 주상절리들은 밖으로 노출돼 있어 불온한 손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짙은 빛깔과 독특한 모양새 때문에 더더욱 수집의 표적이 되기 쉽다. 보호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데 늘 그렇듯 법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경주 주상절리의 경우 2010년 서울신문(10월 7일자 20면)에 처음 소개된 이후 2012년 천연기념물(536호)에 지정되기까지 2년 정도 소요됐다. 그간 한꺼번에 몰려드는 관광객과 낚시인의 답압에 부채꼴 형태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많은 이들이 노심초사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양남면 주상절리는 다행히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는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다.

중부권 주상절리의 경우 제주, 경주와 다소 상황이 다르다. 환경부에서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애를 쓰고 있는데도 버젓이 절도범들이 마수를 뻗었다. 연천 은대리 협곡에서 보듯 중부권 주상절리 지대는 접근이 쉬운 반면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살짝 비켜선 곳들이 많다.

이처럼 은밀한 곳에서는 당연히 불법 채취에 대한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3월에는 출입 통제 구역이었던 고문리 협곡이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다. 재인폭포 아래 있는 주상절리 협곡으로,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백의리층 등 다양한 지질 현상들을 엿볼 수 있는 지질 백화점 같은 곳이다. 조만간 날이 풀리게 되면 많은 이들이 몰려들 터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확고히 마련돼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라 안팎의 상황이 어수선한 탓에 지금은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멀어졌지만, 머지않아 다시 자연 유산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그때 상처 입어 남루한 환경들을 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이들 자연유산에 대한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잃고 나서 탄식하는 건 아무 쓸모없는 짓이라고 예부터 수많은 이들이 누누이 외쳤다.

angler@seoul.co.kr
2017-02-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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