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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내가 의인은 아니지만 쓰레기도 아니다”

고영태 “내가 의인은 아니지만 쓰레기도 아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2-13 08:21
업데이트 2017-02-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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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법원 출석, 최순실과 첫 대면
고영태 법원 출석, 최순실과 첫 대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6일 최순실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 10일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김수현 녹음파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녹음파일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측근 김수현(37) 고원기획 대표가 2014년 5월~지난해 8월 자신의 휴대전화로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 등과 한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 녹음파일의 일부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는데, 고씨가 최씨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를 이용해 고씨가 최씨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대통령까지 엮어 국정개입 사건을 터뜨렸다는 주장을 제기해 탄핵심판 변론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에 제출된 녹음파일 2000여개의 주된 내용은 최씨의 사익 추구와 관련된 내용으로 드러났다. 검찰도 당초 김씨 컴퓨터에서 확보한 2000여개 녹음파일에서 최씨의 국정농단과 관련있는 29개 파일만 녹취록으로 만들어 수사에 활용했다.

이에 고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검찰에서 이미 조사받고 문제 없다고 해 끝난 일”이라면서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조사받을 준비가 돼있다. 처벌받아야 한다면 받겠다. 지난해 12월부터 일관되게 말해왔듯이 그간의 제 행태에서 문제되는 부분이 드러난다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고 월간중앙이 13일 보도했다.

아래는 고씨와 월간중앙의 인터뷰 내용 일문일답.

→‘김수현 녹음파일’이 문제되고 있는데.

-검찰에서 이미 조사받고 문제없다고 해 끝난 일이다. K스포츠 재단 당시 사무총장의 배임 행위를 인지하고 ‘사무총장을 잘라야 한다’는 식으로 농담 겸 한 말로 기억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석에서 흔히 하는 농담 있지 않나. ‘아주 이 나라가 썩었어. 싹 다 바꿔야 해. 너는 국무총리하고 나는 문체부 장관 할게’ 뭐 이런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해명하는 것도 구차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조사받을 준비가 돼있다. 처벌받아야 한다면 받겠다. 지난해 12월부터 일관되게 말해왔듯이 그간의 제 행태에서 문제되는 부분이 드러난다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동안 왜 잠적했나.

-최씨 밑에서 일했던 입장에서 뭘 잘했다고, 떠들썩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겠나. 물론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해서 움츠려 든 것도 있다.

→신변의 위협을 어떻게 느꼈나.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는데…. 당초 언론에 제보하고 검찰에 모든 내용을 다 얘기할 때도 은연 중 그런 생각은 항상 안고 갔다.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닐까? 보복당할 수도 있을 텐데’라고. 한번은 집에 가는 데 어떤 봉고차가 멈추더니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내리더라. 순간 머리 속에 온갖 상념이 스쳐지나갔다. 이젠 죽는구나 했다. 그때 심정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알고 보니 기자들이었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의 ‘의인’으로 대접받다가 최근 녹취록 논란으로 최순실의 ‘공범’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분이 어떤가.

-이제껏 단 한 번도 나 자신이 의인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 어떤 의원님이 저를 의인이라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부담스럽고 민망했다.

→최순실씨와 내연 관계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내연 관계였다면 증거가 반드시 있을 거다. 그런데 왜 내놓지 못하나? 내연남이라면 차은택씨처럼 잘 나갔어야지, 왜 한몫 제대로 못 챙겼을까 거꾸로 내가 묻고 싶다. 제가 의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레기는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 머물던 집이 장시호씨의 명의로 된 집이었는데.

-원래 아는 형과 동거 중이었는데, 최씨가 보안 유지를 위해 집을 옮기라 지시했었다. 그때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머물렀던 집이다. 원래 단순한 성격이라 그 집의 명의가 누구로 돼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장시호씨가 누군지도 몰랐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뒤에야 장씨의 존재를 알게 됐다. 나중에 장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간의 최씨가 벌였던 일들에 대해 의문점도 있었는데 장씨와 얘기하며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보고 싶다(장시호씨는 이 부분과 관련해 지난 10일 변호인을 통해 월간중앙 기자에게 “고영태씨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 명의로 된 집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고씨와 동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어이없어서 크게 웃었다. 구치소에서 덕분에 처음으로 웃었다”고 말했다).

→최씨와 관련된 얘기로 인해 엄청난 일들을 겪고 있는데, 후회되지는 않나.

-가끔 길에서 모르는 분들이 제게 ‘힘내세요. 고영태 씨~’라고 해주신다. 순간 멋쩍고 민망해서 고개로 까닥 인사하고 돌아서곤 했다. 한번은 집에 와서 방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다. ‘내가 뭐라고…’라고 중얼거리게 되더라. 처음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쁜 일을 알리는 제 자신이 마치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철이 드는 기분이다. 최씨가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열심히 시키는 일을 하던 시간이 있었다. 남은 시간 반성하며 살고 싶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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