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말빛 발견] ‘간추리다’의 발견 그리고 확장/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간추리다’의 발견 그리고 확장/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2-08 17:58
업데이트 2017-02-09 01: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50년대 초 피란지였던 대구의 한 출판사. 중학생용 학습참고서를 만들고 있었다. 각 과목에 붙을 제목을 놓고 고심하다 사내 공모를 하게 됐다. ‘최신’, ‘표준’, ‘모범’ 같은 한자어 단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 ‘간추린’이란 낯선 단어가 하나 끼여 있었다.

지금은 널리 쓰이지만, 당시엔 생소한 말이었다. 뜻도 잘 모르는 단어 앞에서 출판사 직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추천된 말들을 놓고 투표가 이뤄졌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간추린’이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된 것이다.

이 출판사의 ‘간추린’ 시리즈는 이후 한껏 기세를 올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의 기반을 굳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거래처에서는 ‘간추리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왔다. 당시 ‘간추리다’는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았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문학 서적 출판에 평생을 바친 일지사의 고 김성재 대표가 그때 이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얼마 후 출판사에서 나와 일지사를 설립하기 전 서울신문 교열부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출판과 우리말을 다듬는 일이 좋다고 생전에 밝히기도 했다. 그는 출판사를 차렸지만, 처음에는 일거리가 없어 다른 출판사의 국어사전 교열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어사전에 없던 ‘간추리다’를 집어넣는다. ‘간추리다’가 되살아나 더 널리 쓰이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국어사전이 1958년 출간됐다고 했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2-09 29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