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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국악원장 “문체부의 검열 지시 따를 수밖에 없었다”…영화인 1052명은 블랙리스트 항의 성명

김해숙 국악원장 “문체부의 검열 지시 따를 수밖에 없었다”…영화인 1052명은 블랙리스트 항의 성명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2-07 18:00
업데이트 2017-02-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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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등재된 시인 99명 詩모음 ‘검은 시의 목록’ 펴내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7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검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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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국립국악원장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 재개관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논란에서 국립국악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김 원장은 “(블랙리스트 관련 지침이) 옳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문체부 소속기관장으로서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나 홀로 결백을 내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다시는 우리 문화예술계에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2015년 11월 6일 공연 예정이던 협업 프로그램 ‘소월산천’에서 박근형 연출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박근형 연출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여 현 정부에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항의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집단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은 이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부역했다며 이들의 사퇴 및 구속 수사,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영화인 1052명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류승완 감독은 “영화인들의 가장 큰 재산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를 빼앗아 가려 한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며 “문화예술계 전반에 일어난 이 사태를 그냥 지나치게 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려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인들은 시를 통해 저항에 나섰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시인 99명이 시 모음집 ‘검은 시의 목록’(걷는사람)을 펴냈다. 시집을 엮은 안도현 시인은 “누군가는 이들을 검은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한 가지 색으로 칠하고 억압할 수 없다”며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작품들을 모아 놓고 보니 이들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무지개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옳겠다”고 밝혔다.

시인들은 시집 출간을 맞아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시낭송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의원인 도종환 시인을 비롯해 함민복, 정우영, 안상학, 천수호, 유병록, 권민경, 최지인 시인 등이 시민들과 만난다. 지난해 겨울 시민들의 촛불 집회에 응답하는 기념시집 ‘천만 촛불 바다’(실천문학사)도 최근 출간됐다. 고은, 신경림, 강은교, 맹문재, 박노해 등 역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시인 61명이 촛불 시위를 주제로 한 시들을 한 편씩 들여보냈다. 이에 앞서 정부의 검열에 항의하는 공연예술인들은 지난달부터 광화문광장에 임시공공극장 블랙텐트를 설치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2-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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