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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선거 활용 위한 여론 조작”

특검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선거 활용 위한 여론 조작”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2-02 11:22
업데이트 2017-02-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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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블랙리스트가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도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의 인사들을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고자 박근혜 정부가 만든 이 블랙리스트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문건에서 비롯된 정황을 포착했다.

2일 특검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정권의 반대편을 억압하는 차원을 넘어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하기 위한 여론조작 활동으로 판단했다고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블랙리스트가 표면적으로는 진보 성향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국가 보조금을 끊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다는 기존의 의혹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2013년 9월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고,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라고 발언한 것을 이듬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투 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 세력과 싸워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 혼자 뛰고 있는데···”라고 이어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위와 같이 2013년 하반기쯤부터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정부 비판 여론에 동조하는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기조가 확산했다. 당시 국정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 지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계기 중 하나였다.

이 보고서는 박 대통령의 풍자 그림으로 유명한 홍성담(62) 작가의 그림이나 연극 ’개구리‘ 등 박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희화화한 작품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개봉이 임박한 가운데 박 대통령과 비서실 등에 보고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문화예술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는 따로 있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문화예술계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결국 야당 성향이거나 야당을 한번이라도 지지한 사람을 옥죄면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문화예술인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정권에서 특히 부림사건을 소재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인공인 영화 ‘변호인’이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컷뉴스는 “블랙리스트는 여러 면에서 지난 2012년 대선을 관통하며 거센 논란을 일으켰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연상케 한다”면서 “우선 소위 ‘좌파’의 입지를 줄이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12년 2월 17일 전체 부서장 회의에서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어떻게든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한다”면서 “국정원이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지는 거야. 여러분들 알잖아”라고 말하는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론조작을 지시했다.

다만 국정원 댓글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전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블랙리스트는 오프라인에서 특정 인사와 단체를 대상으로 자금을 끊은 모습이다. 또 댓글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집중됐지만,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계획적으로 추진됐다는 차이점이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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