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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닭·오리 왜 죽여”…소규모농가들 자진도태 거부감

“멀쩡한 닭·오리 왜 죽여”…소규모농가들 자진도태 거부감

입력 2017-01-18 10:28
업데이트 2017-01-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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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파 우려한 방역당국 간청에도 충북 한 달 자진도태율 42% 불과

몇 마리의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가도 엄연한 가금류 사육 농가이다. 이런 곳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반경 3km 내 대규모 농장까지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다.

축산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농가의 가금류 ‘자진 도태’를 추진하는 이유다.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100마리 이하의 닭·오리를 키우는 도내 소규모 농가는 4천43가구이다. 사육 두수는 총 4만9천326마리로 가구당 평균 12마리꼴이다.

AI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자진 도태가 도내에서 추진된 것은 한 달 전인 작년 12월 18일부터이다.

그러나 자진 도태율은 지난 17일 기준 42%에 불과하다. 1천665개 농가가 닭·오리 2만865마리를 잡아 요리해 먹었거나 마을 잔치를 한 것이다.

나머지 58%를 더 처리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시·군은 예비비까지 편성, 농가를 지원하며 자진 도태를 유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 시골 노인들은 “멀쩡한 닭·오리를 왜 죽이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AI 피해가 큰 음성과 진천의 자진 도태율은 17일 현재 각각 83%, 71%에 달한다. 옥천은 75%, 증평은 77%이다.

그러나 나머지 7개 시·군의 도태 실적은 50%를 밑돌고 있다. AI가 발생한 청주나 괴산, 충주의 자진 도태율은 각각 37%, 40%, 44%에 그쳤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자진 도태 비율은 더 낮다. 보은 35%, 제천 25%, 영동 24%이고, 단양은 6%에 불과하다.

각 시·군은 소규모 사육 농가가 닭·오리를 자진 도태할 경우 마리당 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 반응은 시큰둥하다.

“AI가 우리 동네에서 터진 것도 아닌데 잘 크는 닭을 왜 죽이느냐”라거나 “계란을 먹으려고 닭을 키우는데 정부가 계란을 공짜로 줄 것이냐”고 반발하는 농가가 많다.

“마리당 10만원씩 주고 가져가라”고 버티는 농가도 있다. AI 감염 판정을 받았거나 주변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살처분을 강제할 수 없어 지자체 담당 직원들은 애를 태우기 일쑤다.

그렇다고 해서 축산 방역당국이 자진 도태에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소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AI에 취약해서다.

작년 11월 16일 AI가 음성군 맹동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108개 농장의 가금류 329만마리가 살처분됐지만 아직도 도내 140개 농가가 700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닭이나 오리를 2∼3마리씩 키우는 소규모 농가에서 AI가 덜컥 발생하기라도 하면 수만, 수십만 마리 가금류를 키우는 농가도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다.

소규모 농가는 AI 발생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집안에서 키우던 닭 몇 마리가 죽었더라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묻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잡아먹었다고 발뺌할 경우 축산 방역당국이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충북도 관계자는 “자진 도태 100% 달성은 어렵겠지만, 대규모 축산농장이나 사료공장 주변의 소규모 농가가 키우는 닭·오리는 살처분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농가를 꾸준히 설득해 자체 소비 등 자진 도태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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