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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에세이] 저출산 해결, 부모들의 보육선택권 강화로/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수요 에세이] 저출산 해결, 부모들의 보육선택권 강화로/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입력 2017-01-17 21:00
업데이트 2017-01-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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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금년 초 결혼식장에서 만난 선배 언니는 만나자마자 하소연이다. 30대 후반에 결혼한 딸이 아기를 낳을 생각은 않고 일만 한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왜 아기를 안 낳느냐고 딸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가 아이 키워줄 거예요?’였다. 한마디로 혼자서는 육아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 일도 만만치 않지만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안전이나 학대 등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이라도 겪을까 봐 걱정이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손주를 키워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소 생각과 달리 결국 선배 언니는 ‘그래 낳기만 해. 내가 키워 줄게’ 하고 할 수 없이 약속을 했단다. 30년 직장생활 동안 나의 두 딸을 실제 키워 준 분들도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였다.

많은 워킹맘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양육 보조자가 친정부모나 시부모 등 가족이라는 점은 전국 통계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작년 10월 육아정책연구소의 ‘맞벌이 가구의 가정 내 보육 실태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조부모와 친인척이 자녀를 돌본다고 응답한 비율이 63.6%에 달했다. 이는 어린이집 이용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만족도도 조부모·친인척이 5점 만점에 4.1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들이 어릴 때 야근이 만성화된 직장환경 때문에 민간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워킹맘도 많다. 지난 12월 와우포럼에서 강연한 여성 CEO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아주머니가 무려 15명이나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개인양육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맞벌이 엄마들은 ‘기관 이용 후 돌볼 사람이 필요해서’(59.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민간베이비시터 시장은 활성화되어 있지만 친인척 돌봄이나 민간베이비시터를 이용할 경우 세금 지원이나 이용료 지원 등 혜택이 하나도 없다. 지금의 무상보육은 오로지 보육시설이나 유치원 등 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만 해당되니 시설 이용 여부에 따라 재정 지원의 형평성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1대1 양육서비스인 아이돌보미제도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2006년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딱 10년이 되었다. 필자가 보육정책국장을 할 때의 일이다. 장관 주재 간부회의였다. 당시 가족정책국장은 영아의 경우 부모들이 시설보육보다는 가정 내 보육을 선호하고 있어 보육시설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가정 내 보육도 지원해야 한다며 개별 돌봄 사업을 제안하였다. 모두들 고개를 끄떡거렸다. 여러 과정을 거쳐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어 2007년 시범사업으로 3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였다. 사업 명칭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아이돌보미’라고 명명하였다. 2012년 필자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을 맡으면서는 아이돌봄지원법도 제정하였으며, 영아 종일제 지원 대상도 24개월(만 1세)까지로 확대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비슷한 시간대에 수요자가 몰리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쉽게 이용하기가 어렵고, 돌봄 지원 시간이나 대상도 제한되어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른 부처에서 시설보육, 아이돌봄 정책을 각각 담당하고 있는 점도 해결 과제다.

보육에 매년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 기미가 안 보이고 정작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점은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정책은 국민들이 원하는 접점을 찾아 지원해 줄 때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맞벌이 가구의 60%가 친인척 돌봄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는 시설에 제한된 무상보육만으로는 워킹맘의 보육정책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제 워킹맘의 주 자녀양육자인 친인척 돌봄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당면 과제인 세계 최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저출산의 핵심인 보육 문제 해결을 위해 이참에 아이돌보미, 보육시설, 친인척 돌봄 등 모든 돌봄의 형태를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보육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서 부모들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육정책을 대폭 개선할 것을 제안해 본다.
2017-01-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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