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현의 공론장] 대통령 탄핵 심판과 법치주의

입력 : ㅣ 수정 : 2017-01-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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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 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헌법재판관을 지낸 전력 때문인지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탄핵심판제도에 대한 질문을 한다. 우리 헌법에는 징계나 형벌을 통하지 않고서도 대통령과 공직자를 공직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탄핵제도가 있다. 원래 탄핵심판제도는 군주나 지배자의 독단적인 권력 행사나 자의적인 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생겨났다. 지배자의 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권력이란 남용될 여지가 항상 있고 탄핵도 마찬가지다. 탄핵제도가 전적으로 민주주의에만 의존할 수 없고, 법치주의에도 의존할 필요성이 자연스레 제기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리에 비중을 두면 탄핵의 주체를 의회로 하고, 탄핵의 이유도 위법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포함시킨다.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심판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제도가 그렇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면 탄핵의 사유를 위법행위로 한정하고, 소추는 의회가 하되 심판은 재판소가 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우리나라와 독일이 그 예다. 탄핵 심판이 의회의 정치적인 판단이나 고려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탄핵제도의 목적은 우선 위법행위를 한 공직자를 파면해 헌법 질서와 국가의 법질서를 보호하는 데 있다. 나아가 해당 공직자를 바로 그 직에서 추방함으로써 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은 강력한 권한과 지위 때문에 징계가 허용되지 않고, 5년 임기가 보장돼 있다. 따라서 형사 책임은 나중에 묻더라도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그 직에서 추방할 필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탄핵소추의 의결이 이루어져 탄핵 심판을 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가 전부다. 그전에는 국회에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가 1건, 검찰총장에 대한 발의가 4건 있었으나 소추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탄핵 결정을 하려면 먼저 직무집행에서 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기만 하면 고의나 과실에 의한 행위뿐 아니라, 법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행위도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형사상 범죄 성립 여부와는 상관없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나 직업공무원 제도와 같은 헌법상 기본 원리를 위반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다만, 국정 운영의 무능, 정책 결정상 오류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직자를 탄핵으로 파면하기 위해서는 직무수행의 불가성, 즉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때에만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행위를 한 때,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때, 국가 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때를 헌법재판소는 예로 들고 있다. 이러한 위법행위는 변론과 증거 조사를 거쳐 인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통치권 등 국정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정치적 성격 탓에 헌법재판은 일반 민형사 재판과 비교할 때 법과 정치의 긴장관계가 첨예하게 나타난다. 더욱 대통령 탄핵 심판이야말로 재판인가, 정치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입법, 사법, 행정의 3부가 재판관을 추천하거나 임명함으로써 구성에서부터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성향과 이념에 따라 헌법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헌법재판소가 재판 절차를 거쳐 결정할 때에는 헌법 질서의 수호라는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점이다. 재판관은 탄핵 심판 결정에 각자 자기의 의견을 밝힘으로써 헌정사에 발자취를 남기게 되고, 또한 국민은 두고두고 이를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7-0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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