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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내부 “400억대 뇌물 공여 피의자, 불구속 수사 안된다”

특검 내부 “400억대 뇌물 공여 피의자, 불구속 수사 안된다”

김양진 기자
입력 2017-01-16 22:40
업데이트 2017-01-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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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벌 총수 1호 영장’ 왜

李부회장·朴대통령 독대에 주목
삼성 합병과정 부정한 청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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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직후부터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특검과 일선 수사진 사이에서는 “400억원대의 뇌물을 주라고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만 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특검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16일 오전 영장 청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대변인) 특검보도 “그동안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대한 (수사팀 내)이견은 없었지만 신병 처리 여부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영장 청구가 이날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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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진술을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금요일에 조사를 마치고 월요일에 영장을 쳤으면 근무일 기준으로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은 만큼, 특검팀이 이 부회장 처리를 놓고 장고(長考)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일종의 ‘정공법’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론 환경과 향후 다른 대기업 등에 대한 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한 행보라는 풀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만난 사람은 이 부회장 단 한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핵심 당사자이자 지시의 최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특검팀이 스스로 모순을 범하게 된다는 뜻이다.

검찰 한 간부급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영 행위가 아닌 승계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대기업도 승계 당사자를 제쳐놓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결정해 지시했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외에 그룹 2~3인자인 최지성(66)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차장(사장) 등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이 부회장 외에 최 실장과 장 차장 등에 대해 일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일부라도 영장을 받아내 ‘타율’(발부율)을 높이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부회장만 청구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외과수술식’으로 잘 진행된 부패범죄 수사의 경우 보스에 대한 혐의를 입증해 처벌할 수 있다면 굳이 지시를 받은 부하들까지 함께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특검팀이 ‘부하’(최 실장 등)까지 처벌할 필요는 없을 만큼 ‘보스’(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가진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통해 SK·롯데·CJ 등 향후 진행될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특검팀의 장기적인 안목도 엿볼 수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강요·공갈’의 피해자 성격이라고 주장한 삼성 측의 주장 등 여러 쟁점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시작해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7-0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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