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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손대중/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손대중/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7-01-05 20:40
업데이트 2017-01-0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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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잘하려거든 재료의 어림치를 익혀 두라고 한다. 몇 그램, 몇 큰술을 저울이나 계량 숟갈 없이 어림잡을 수 있게 하라는 것. 손대중, 눈대중을 해야 요리가 만만해진다는 소리다.

이리 재고 저리 따지는 일치고 오래가는 게 없긴 하다. 이름값 못 한다 싶은 물건이 내가 봐도 계량 숟갈 따위다. 요긴할 때 있겠지, 몇 번을 사들였다가는 번번이 헛일. 그릇장 구석에 천덕꾸러기로 뱅뱅 돌리다 끝내 내 손으로 내다버리기를 몇 번이나.

밥을 안칠 때마다 솥을 주물럭거린다. 예전에 엄마는 솥에 밥물을 와락 끼얹어 한번쯤 일렁거려 보고는 그만이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부터 손대중의 달인.

두어 움큼만, 서너 숟갈만, 좋을 만큼, 요량껏. 모서리 없이 둥글둥글한 이런 말들이야말로 삶의 주름살이 내공으로 쌓여야만 비로소 입에 익어 나온다. 저울로 깎고 눈금자로 후벼 파지 않으면 차라리 더 빨리 반듯해지는 일이 세상에는 많겠지.

몇 살을 더 먹어야 나는 손대중으로 밥물이나 잡을 수 있을까. 모서리 깎여 둥글둥글해질까. 한참 멀었다. 새 달력만 또 서먹서먹할 뿐.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7-01-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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