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모든 권력을 분산시키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7-01-0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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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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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공산당만 아니면 따르겠다.” 한 충청권 국회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 인물 중심의 지역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영남당은 TK당과 PK당으로 분화되고 호남당에 이어 이제 충청당도 태동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에 덧붙여 이념과 정책보다 스타 중심의 정치지형이 심화돼 친박패권당, 친문패권당에 이어 친반패권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으로 요약되는 승자 독식의 관행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 극에 달했다. 인사, 예산 등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 준 독단적인 국정 운영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지역 안배’라는 단어 자체를 실종시켰다. 탄핵 국면에서 결선투표제와 대통령 임기 단축을 둘러싸고 성급하게 일고 있는 논란은 이러한 패권적 정부의 재탄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제도 개혁은 모든 권력을 가능한 한 국민 개개인에게 분산시켜 자율 결정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의 분산은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시켜 지역 주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권력 구조에서 내각제와 연방제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지역과 큰 지역이 대등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지역 평등을 구현하고 지역의 ‘균형발전’(헌법 제123조 ②항)을 도모하려면 상원의 성격을 가지는 지역합의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정치권력의 분산을 통해 확인돼야 하고 지역 차이가 패권적 정치권력에 의해 지역 차별로 왜곡되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경제권력도 당연히 분산돼야 한다. 경제권력의 분산이 없는 정치권력의 분산은 재벌의 정치 지배를 불러올 뿐이다. 2차 대전 후 일본과 독일에서 ‘재벌’과 콘체른이 해체된 이유는 이들이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경제적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경제권력의 집중이 독재 권력은 물론 침략전쟁마저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분산이 정경 유착을 척결하는 근본 대책이다. 재벌들에 집중된 경제권력은 단기적으로는 실효성 있게 규제해 남용이 방지돼야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국민에게 분산시키는 개혁 방향이 설정돼야 할 것이다. 작금의 촛불혁명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불평등의 심화에서 구하는 분석도 가능하다. 자산과 소득의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경제정의는 물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생존을 위협하는 임금 체불을 비롯한 각종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밑져야 본전’이라는 사고를 불식시키는 것이 경제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에 해당하는 노사 공동결정제를 입법화해 자본권력을 견제하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책임의식과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면 생산성은 높아지고 비자금은 줄어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아질 것이다. 원자력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경제권력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문화권력, 특히 언론권력도 분산돼야 한다. 분산된 언론권력만이 공정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국민을 배제하는 권언유착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 과점 구조를 가진 신문시장은 발행 부수를 제한해서라도 공익을 위해 경쟁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지역의 신문과 공영방송을 육성해 지역정치를 활성화하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며 지역문화를 창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획일화는 ‘창조경제’가 사산아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기존의 것에 대한 비판이 억압받고 소통이 거부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것의 창조는 자랄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다. 4차산업 혁명 또한 다양성을 구성 요소로 한다. 새해에는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을 모두 분산시켜 정경유착, 권언유착이 차단되고 국민주권, 소비자주권, 국민행복이 명실상부하게 실현되는 ‘새 나라’가 시작되기를 기원해 본다.
2017-0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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