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앞둔 영화 ‘여교사’서 열연… 충무로의 샛별 이원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소년미와 퇴폐미를 둘 다 갖고 있는 데인 드한이에요. 저도 배우로서 그런 양면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충무로 샛별 이원근은 ‘여교사’를 촬영한 2015년 하반기부터 쉼 없이 달려 왔다. 올해 촬영한 영화만 무려 네 편이다. 차곡차곡 비축한 출연작의 개봉만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벌써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촬영을 안 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여전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요. 과제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달려야죠.”<br>필라멘트 픽처스 제공
요즘 충무로 샛별은 단연 이원근(25)이다. 해맑은 눈웃음과 미소로만 이 배우를 기억하고 있다면 양파의 가장 바깥 껍질만 벗겨 본 경우다. 새해 벽두부터 또 한 겹이 크게 벗겨진다. 1월 4일 개봉하는 ‘여교사’를 통해서다. ‘거인’의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다. 고등학교 여교사와 제자라는 소재부터 파격적이다. 그러나 파격으로만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니다.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란 이야기다. 여성에게 폭력적인 사회의 민낯이 가감 없이 담기고, 그 속에서 계급적 갈등과 욕망이 뒤엉킨다. 이원근은 두 여교사, 김하늘과 유인영 사이를 오가는 무용 특기생 재하를 연기했다.

●내년 영화 ‘환절기’·‘괴물들’ 등 잇단 개봉

지난 10월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그물’에 이어 두 번째 개봉작이지만, 촬영 순서로 따지면 첫 출연작이다. 찍은 지 1년도 훨씬 지났지만 이원근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여교사’ 이후 여러 작품에 꾸준히 출연할 수 있었어요. 제 인생에 큰 변환점이 된 고마운 작품이에요.”

범상치 않은 출연작이 내년에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금지된 사랑(‘여교사’)을 시작으로 동성애(‘환절기’), 학교 폭력(‘괴물들’), 중년 로맨스를 다룬 ‘그대 이름은 장미’ 등이다. “‘그대 이름은 장미’와 ‘환절기’는 감사하게도 먼저 제의가 들어왔지만 나머지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오디션을 거쳤어요. 오디션은 믿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절실함을 담아 최선을 다할 뿐이죠.”

이원근이라는 배우에게서 어떤 에너지가 감지됐던 것일까. 김 감독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표정 등 오묘한 구석이 있다며 청춘스타로만 쓰여지기에는 아까운 배우라고 이원근을 평하기도 했다.

“사실 학창 시절을 순탄하게 보내지 못했어요. 학교 폭력 피해자였죠. 그런 사춘기 경험들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기억이 많아요. 좋은 기억보다는 슬프거나 우울한 기억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죠.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들과 공감을 이루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여교사’ 캐스팅은 양말이 큰 공헌을 했어요. 오디션 당시 평상시 모습 그대로 갔는데 감독님이 양말이 누구 것이냐고 묻더라고요. 꾸미지 않은 모습이 캐릭터와 맞아떨어진다고 여겼나 봐요. 하하하.”

지난달 촬영을 마무리한 ‘괴물들’ 출연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트라우마가 있어 출연이 꺼려지지는 않았을까. “제가 하고 싶다고 강하게 말한 작품이에요. 학창 시절의 저는 저를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반항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영화 속 캐릭터는 저와는 다르게 결과를 뒤집으려고 하죠. 그 점이 너무나 와 닿았어요. 학교 폭력으로 인해 변해 버린 게 너무 많아요. 나중에 더 큰 사람이 된다면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어”

TV나 영화에는 멋있고 대단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에 연기는 꿈도 꾸지 않았다. 기술을 배우는 게 좋겠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조용한 삶을 반복했다. 졸업 즈음 쳇바퀴 같은 삶에 물음표를 갖고 자신을 세상에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고 그때 현재 소속사 대표를 만나 진로를 틀게 됐다.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데뷔했던 이원근은 이제 연기 5년 차를 맞는다. “연기를 하며 괴롭거나 속상할 때도 있지만 행복한 순간도 있죠. 늘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요. 작품마다 조금씩이라도 성장해야 한다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춤할 수도 있겠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 축복일 것 같아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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