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레전드’ 듀란의 파란만장 인생 스토리

지금이야 권투의 인기가 시들시들하지만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생중계되던 해외 권투 경기를 보려고 TV 앞에 모여 앉던 시절이 있었다. 국내 선수가 출전한 해외 원정 경기의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해외 선수 중에선 슈거 레이 레너드, 토머스 헌즈, 마빈 헤글러 등의 경기가 단연 인기였다. 이들과 함께 1970~80년대 세계 복싱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돌주먹’ 로베르토 듀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머지 셋이 미국 선수였던 것에 반해 듀란은 중남미 파나마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미국 문화에 경도됐던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그 실력만큼 응원을 받지는 못했다.

통산 119전 103승(70KO) 16패를 기록하며 라이트급에서 미들급까지 모두 네 체급에서 세계 챔피언을 지낸 그의 복싱 인생을 다룬 ‘핸즈 오브 스톤’이 오는 8일 개봉한다.

영화는 파나마 운하 때문에 반미 정서가 팽배하던 격변기의 파나마 거리에서 성장하는 듀란을 비추며 시작한다. 슬럼가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도와 어린 동생들을 먹여살려야 했던 듀란은 남다른 주먹 솜씨 덕택에 거리 싸움꾼으로 내기 돈을 벌다가 권투에 정식 입문하게 된다. 28승 무패 24KO승을 달리며 파나마에선 적수를 찾기 힘들던 그는 전설적인 복싱 트레이너인 레이 아르셀을 만나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하고, 1980년 6월 미국의 자존심 레너드를 거꾸러뜨리며 파나마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다. 영광의 순간은 잠시. 5개월 뒤 열린 리턴 매치 중 돌연 경기를 기권한 듀란은 하루아침에 국가의 영웅에서 공공의 적으로 추락한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은 기본. 링 바깥의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아르셀 역을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성난 황소’(1980)에서 전설적인 인파이터 제이크 라모타를 연기했던 그는 당시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 듀란과 아르셀을 만난 인연이 있다고.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마흔인 라미레즈가 듀란의 20대 시절까지 연기한 것과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것은 옥에 티다.

듀란의 숙적 레너드 역할로 낯익은 인물이 나오는데 인기 팝 가수 어셔다. 드니로와 라미네즈, 이 영화를 연출한 조나단 자쿠보위즈 감독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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