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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마지막 잎새/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지막 잎새/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6-11-28 22:48
업데이트 2016-11-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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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바지를 솜바지로 바꿔 입게 된다는 소설(小雪) 추위는 어김이 없었다. 빈틈없는 톱니바퀴처럼 절기에 딱 맞춰 아침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졌다. 김장을 비롯해 본격적인 겨울 채비로 분주할 시기다. 어디 사람뿐인가. 산속의 다람쥐는 도토리며 상수리며 가리지 않고 주워 먹어 토실토실 동면 준비를 마쳤을 게 분명하다. 골목길 유랑 고양이들도 복슬복슬한 털로 갈아입었다.

간밤에 거센 북풍을 고스란히 맞으며 울어 대던 집 앞 은행나무가 노랗게 마른 잎새를 바닥에 한가득 떨어냈다. 앙상한 가지에는 10여장의 잎새만 힘없이 걸려 있다. 얼마 안 있어 그들도 모두 은행나무와의 인연을 떼어 낼 것이다. 마지막 잎새를 떨어내면 은행나무는 비로소 온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내년 봄 더욱 풍성한 잎새들을 틔우는 행복한 잠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절망이라고 한다. 곧 닥칠 삭풍한설(朔風寒雪)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후의 잎새 한 장마저 남김없이 훌훌 떨어내도록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자연은 모든 것을 그토록 치밀하게 준비한다. 마지막 잎새는 그래서 희망이다. 엄동설한이 지나야 꽃피는 봄이 오는 것 아닌가.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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