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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겨울 선풍기/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겨울 선풍기/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6-11-15 22:56
업데이트 2016-11-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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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구석, 선풍기 한 대가 서리 같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조용히 앉아 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웠던 지난여름 시원한 바람을 한없이 보내 줘 온몸에서 펄펄 끓어 흘러내린 땀을 식혀 주던 그 선풍기다. 하지만 어느새 절로 두꺼운 외투의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반년 가까이 선풍기를 켤 일이 없다.

거실 구석에 방치된 서큘레이터도 찬밥 신세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쌩쌩 돌며 에어컨이 내뿜는 냉기를 구석구석 보내 주던 그 기계의 유용한 역할에 신통방통하다며 고마워했다. 그런데 어느새 발에 치이고 치여, 창 밑 구석까지 밀려나 있다. 인공지능이라도 달려 있다면 이렇게 입을 삐죽거릴지도 모르겠다. “우이씨! 피서 이등공신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거야?”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어진 사물을 비유해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고 한다. 여름철 화로와 겨울철 부채를 이른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을 거쳐 반드시 여름이 다시 오는 게 순리다. 다시 찾아올 여름을 위해서는 선풍기에 얹힌 먼지를 닦아 내 잘 손질해 둬야만 한다. 사람이든 기계든 마찬가지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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