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유레카] 이제는 문·이과 구분 없애야

입력 : ㅣ 수정 : 2016-11-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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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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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추위와 함께 입시의 계절이 됐다. 이틀 뒤면 고3 학생들은 문과, 이과로 나뉘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를 것이다. 사회계열, 과학계열 교과목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는 문·이과 구분의 폐해를 지적한 의견은 20여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두 영역의 교과목 특성이 다르고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구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쪽 사람들은 이 제도가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고 좋게 볼 만한 점이 없다고 말한다. 양쪽 다 수긍할 만한 점이 있으나 최근 사회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현재 사회 변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이 다른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된다. 일반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드론, 3D프린팅 같은 첨단 기술, 아니면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와 관련된 것들 정도로 이해된다. 이런 신기술보다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초등학생의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어른들에게는 지금 종사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아이들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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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일상생활은 물론 복잡한 도전상황, 변화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자질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중 지식 학습과 직접 연결되는 일상생활을 위한 핵심 기술은 문학, 수학, 과학, 정보통신기술, 재정, 문화 및 시민 분야의 문해 능력 등 지식을 습득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본 능력이므로 대학의 전공 이전 단계의 교육과 관련된다. 이런 교육은 사실 지금도 중요한데, 문·이과 구분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계열 선택을 할 때 고민한다. 사실 지적 능력이 문과, 이과로 딱 나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학생들은 지적 성향보다는 수학을 못한다, 암기를 싫어한다, 나중에 취업이 잘 된다, 입시에 유리하다 등의 이유로 계열을 선택한다. 문제는 계열을 선택하고 나면 이후의 학습에서 편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과 학생들은 서술형으로 답을 길게 쓰는 주관식 시험을 힘들어하고 문과 학생들은 수학을 몰라서 과학기술 문헌을 외계문서처럼 느낀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이미 계열 통합적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는 수학이 중요하다. 사회과학 중에는 통계분석이나 코딩이 필요한 전공이 있다. 공학 전공 학생들이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글쓰기, 발표하기 같은 의사소통 기술은 모든 전공에서 필수가 되었다. 중학교까지의 교육도, 대학 이후의 교육도 통합적인 기초 학습 능력을 강조하는데 오직 입시 교육에서만 문과, 이과 구분이 철통같이 존재한다.

문과, 이과 구분을 계속하는 동안 이분법적으로 왜곡된 전공자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인문사회학 전공자는 과학기술 문맹 취급을 받고 과학기술 전공자는 사회문화에 무관심하거나 무비판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들 중에는 과학기술 전공자와 인문사회학 전공자가 고루 섞여 있다.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는 영문학 전공의 작가로 경력을 시작했다.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머스 프레이는 오랫동안 IBM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주변의 연구자들을 돌아봐도 전형적인 이과형, 문과형 인간으로 딱 떨어지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 이과 전공자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는 통합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예외로 만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줄 뿐이다. 사회와 교육은 창의성과 융합을 강조하면서 그에 방해가 되는 문과, 이과 구분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가 필요하다.
2016-11-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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