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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돈 풀든, 옥죄든…韓 살길은 선제적 구조개혁뿐”

“트럼프가 돈 풀든, 옥죄든…韓 살길은 선제적 구조개혁뿐”

이유미 기자
입력 2016-11-10 22:20
업데이트 2016-11-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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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 길을 묻다… 싱크탱크 수장 4인 긴급진단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에 빠졌다. 금융시장은 하루는 ‘트럼패닉’(트럼프+공포)에, 하루는 ‘기대감’에 널을 뛰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 공백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는 트럼프 불확실성까지 겹쳐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를 맞는 우리 경제의 앞날과 해법을 대표적인 싱크탱크 수장 4명에게 들어 봤다. 이들은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찾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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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경 원장 “韓 경제 상당 기간 고전할 듯… 규제개혁 등 체질개선 시급”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돈을 더 풀든, 아니면 거둬들이든 우리 경제는 상당 기간 고전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제적인 구조개혁뿐입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사회간접자본(SOC)에 약 1150조원을 투자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리고 감세정책으로 경기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라며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와 반(反)이민주의를 앞세운 일자리 정책은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률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김 원장은 “우리 경제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재정정책에 의존해 왔다”며 “구조개혁이 뒤로 밀리면서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책은 ‘선제적 구조개혁’이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중에서도 ‘규제 개혁’을 첫 번째로 꼽았다. 김 원장은 “우버택시(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가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이미 도입됐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다”면서 “세계 도처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큰 흐름에 올라타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전기·전자, 철강 등 취약요인이 있는 산업분야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성과 중심의 노동개혁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탈락한 노동자의 전직(轉職) 지원과 재교육 시스템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현정택 원장 “경제사령탑 공백 없다는 시그널, 세계 시장에 확실히 줘야”

“국제무대에서 경제 공조는 쇼트트랙 경기와 같아요. 레이스 도중 엉덩이가 살짝만 밀려나도 반 바퀴씩 처지게 됩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동아시아 경제 협력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순실 사태로 당장 다음달 열리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참석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상당히 우려되는 지점이죠.”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데 우리는 (일관성은 차치하고) 사령탑 부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나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공백 없이 경제 정책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확실히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상마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중·미 관계에서의 ‘유연한 정부 대응’도 주문했다. 현 원장은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중 사이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일단 한·미 FTA 재협상의 경우, 이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악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對)중국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와 안보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며 한국의 자본 투자와 핵심 부품 공급이 중국 경제·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을 근거로 경제협력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신(新)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국 및 중국 등 16개 나라가 속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기존 틀 안에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정규돈 원장 “美도 계산기 두드릴 것… 외화유동성 확보·중장기 전략 짜야”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트럼프가 다소 과격한 공약들을 내세웠지만 실제 실현되는 정책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이단아로 불리는 트럼프의 공약이 기존의 미국 공화당 정책 기조와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실현시키는 데에도 보호무역주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정 원장은 공약만 놓고 방향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중·장기적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시나리오가 주어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생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는 경제 위기를 수출로 극복했는데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경우 이를 뚫을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우리 물건에 대한 수요와 생산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원유나 원자재 수입을 위한 외화 유동성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 통상에 있어 방어뿐만 아니라 공격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요구 사항을 더 높게 제시할 수 있다”면서 “흥정을 위한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정 원장은 “향후 4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국내 경제의 유불리 전망을 따지기는 어렵다”면서도 “트럼프의 공약이 전부 이행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알셉(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등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동맹과의 경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보호무역 조치를 고수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도 계산기를 두드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신성환 원장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美와 소통·발 빠른 정보 수집으로 맞서라”

미국의 대선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트럼프와 관련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책 결정과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힘들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런 점에서 “발 빠른 정보 수집과 미국과의 소통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트럼프의 경제 참모와 핵심 구성원들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트럼프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차기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사람을 보내 정보를 축적한 다음 중·장기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작업들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과잉 반응이 나타나고 있어 정책 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내외적으로 안정화 조치에 대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는 우리나라가 첫 번째 과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그동안 중국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만 중국을 직접 압박하기는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흑자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를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이를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가스 수입 등은 미국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의 정책 기조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충격을 줄여 주는 요소다. 신 원장은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미국이 곧바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가계부채나 구조조정 등 국내 산적한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자금 흐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11-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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