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원격의료 오진은 누구 책임일까

원격의료 오진은 누구 책임일까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6-11-07 18:10
업데이트 2016-11-07 23:4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 ‘의료법 개정안’ 적용 시 환자 장비 땐 의사 책임 없어

입법조사처 “의료분쟁 증가”

환자가 의사에게 화상으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던 중 원격의료 장비의 화면이 뚝뚝 끊기고 해상도가 낮아 의사가 오진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지난 6월 2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적용하면 장비가 환자의 것일 경우 환자는 의사에게 오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환자가 원격으로 연결된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고,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오진이 발생하면 의사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7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료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불안정한 화질, 낮은 해상도, 통신 장비의 오류나 접속 불안정, 느린 전송 속도 등은 의료 정보의 질을 떨어뜨려 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환자나 의료인이 통신 장비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작동 등을 입증하는 것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오진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는 보상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원격의료 시행 시 환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백신과 방화벽 등 보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악성코드에 감염될 위험은 항상 있으며, 해킹과 정보 매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어 원격의료 논의에는 정보 보안에 대한 문제가 항상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 “당장은 동네의원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도입할지라도 장래에 대형병원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원격의료가 의료전달체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그동안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의료인의 반발에 부딪혀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됐다. 현행법은 의사와 의료인 간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으며 현재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시범 사업 중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11-08 11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