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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밥 딜런의 “직녀에게”/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시론] 밥 딜런의 “직녀에게”/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6-10-27 23:08
업데이트 2016-10-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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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니고 나서야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죽고 나서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오직 바람만이 알고 있지.”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미국 가수 밥 딜런의 대표 곡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가사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말 불어오는 바람만이 알 수 있을 만큼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던진 평화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지금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엄청난 혼란이 자칫 군사적 위기로까지 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엄습한다. 남북 관계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색할 만큼 깊고 긴 단절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어렵게 합의한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예방 조치들과 완충장치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군사적 신뢰는 찾아보기 어렵고 의도치 않은 사소한 일만으로도 언제든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북한은 올해에만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하고 수십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우리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얼마 전 정부와 여당이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여기에다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응징 보복까지 3축 체계 구축을 2020년대 초까지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한 얘기까지 겹치면서 한반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국방부는 “자위권 차원에서 충분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고, 어느 국회의원은 “핵시설에만 선제적 공격이 충분히 가능하다”, “선제타격 이후 감당할 수 있는 대비를 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책임지지도 못할 이야기까지 한다.

공격이든 방어든 그럴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과연 전시작전권은 어디에 두고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1994년에조차 엄청난 피해에 대한 우려로 북한 핵시설 공습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때와 비교해 더 다양하고 많은 대남 타격 수단을 가진 북한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마치 미국 내에서도 선제타격론이 쟁점화돼 있는 양 앞뒤 말 다 잘라 내고 어느 유명 연구소의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니,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 누가 한 말이니 하면서 침소봉대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나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의 ‘김정은 즉사’ 발언 역시 맥락으로 보면 선제타격론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겨 두고 있지 않은 미국에 현 정부든, 차기 정부든 대북 선제타격은 여전히 실질적인 전략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선제타격론의 망령이 돌아다니며 북한을 자극하고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한 어느 측이든 의도적인 군사도발과 이를 유인하는 자극적인 행동이다. 지금이 기회라는 북한의 군사적 오인일 수도 있고, 현 국면을 덮으려는 우리의 정치적 오판 때문일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안보 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도 군사 충돌로 인한 파국은 방지하면서 ‘북한 도발 절대 불용’이라는 일관된 안보 원칙을 고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러한 원칙을 앞으로도 유지해 주기를 바란다.

가당치도 않은 음모론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조장한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 어두웠던 시절처럼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소위 북풍이라는 군사적 위기를 조성하는 최악의 수를 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포탄과 미사일이 남북으로 뒤엉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만이 해답이 아니고 군사적 위기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임을 깨닫게 될까. 이것의 해답은 남북 관계에 달려 있다. 오직 남과 북만이 알고 있다. 그러기에 칼날 위라고 할지라도 남과 북은 만나야 한다. 문득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기타를 치며 ‘직녀에게’를 부르는 밥 딜런을 상상해 본다.
2016-10-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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