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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도 대통령기록물, 유출 땐 징역 7년… 원본 여부가 쟁점

연설문도 대통령기록물, 유출 땐 징역 7년… 원본 여부가 쟁점

최지숙 기자
입력 2016-10-25 18:20
업데이트 2016-10-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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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처벌 수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설문 유출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면서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출 내용은 단순한 연설이 아닌 청와대 인선이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극비사항’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손 모은 靑 참모들
손 모은 靑 참모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비서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문 사전 유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설문 유출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면서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출 내용은 단순한 연설이 아닌 청와대 인선이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극비사항’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씨의 태블릿 PC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JTBC가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 파일이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던 최씨의 컴퓨터다.
 이에 따르면 최씨는 극도의 보안 유지 사항인 ‘드레스덴 연설문’까지 사전에 받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일 중에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이나 국채 발행 여부, 정부조직 개편, 대북 접촉 정보 등도 포함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사과에서 “(최씨가)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고 연설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최씨가 건네받은 정보의 ‘수준’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위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공공문서를 유출했을 때 공무상 기밀누설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공무상 기밀누설죄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죄를 말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혐의가 드러나도 현직 신분이라 헌법상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임기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유출한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다.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라면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나 가능하다.
 현재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이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정의하고 있다. 이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문 해석상 연설문 역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
 해당 내용이 ‘비밀 보호의 가치가 있는 직무상 기밀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판례로는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객관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정부나 국민이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산이 완료된 원본 파일’인지도 핵심 쟁점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에서 재판부는 관련 자료의 경우 ‘생산 완료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봤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선 대통령기록물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추가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정황과 그동안의 판례에 따르면 초안을 보여 주고 수정한 것에 불과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은 ‘순수한 뜻’으로 자문을 받았다고 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의 유출 행위가 법적으로 적법한지는 따로 따져야 한다”면서 “면책특권을 가진 대통령이니 법적 책임은 아닐지라도 도의적 책임은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과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 본부장 등을 상대로 대기업의 거액 출연금 모금 과정과 경위 등을 확인했다. 또 시민단체 활빈단은 최씨와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긴 이들 전원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1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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