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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청소년, 혼수상태서 깨어난 뒤 모르던 스페인어 ‘저절로’

美 청소년, 혼수상태서 깨어난 뒤 모르던 스페인어 ‘저절로’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10-25 11:14
업데이트 2016-10-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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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조지아주의 한 청소년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잘 모르던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고 타임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축구 선수인 루벤 누스모(16)는 지난달 24일 경기 중 볼을 다투다가 동료 선수의 발에 오른쪽 머리를 심하게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누스모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뇌가 손상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흘 뒤 누스모는 기적적으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서 ‘텡고 암브레’(Tengo Hambre)라고 말해 어머니 도라 누스모를 놀라게 했다. ‘나 배고파요’라는 말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얘기하자 놀란 엄마 누스모는 “예전에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애가 갑자기 스페인어로 얘기했다”고 타임에 말했다.

 누스모는 “스페인 말이 그냥 입에서 흘러나왔다”면서 “두 번째 본능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누스모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땐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누스모는 평소에 나이지리아 출신 고교 교사인 어머니와 영어로 대화를 하고, 누스모의 가족 또한 스페인어와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누스모는 스페인에서 공부한 형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친구에게서만 스페인어를 들었을 뿐이며, 사고 전에 스페인어로 몇 구절을 외운 게 전부다.

누스모는 사고 이후 영어와 스페인어를 둘 다 유창하게 구사한다. 스페인어 실력이 약간 줄긴 했으나 일상 대화에는 무리가 없다고 타임은 전했다.

 뇌를 심하게 다친 뒤 모르던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얻은 사례는 누스모가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영국 80대 할아버지 앨런 모건 씨는 깨어난 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웨일스 지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2012년 심각한 교통사고로 역시 혼수상태에 빠진 20대 호주 청년 밴 맥마흔도 깨어난 뒤 갑자기 중국말로 대화해 가족들을 경악시켰다. 고교 때 중국어를 배웠지만 능통한 수준은 아니던 맥마흔은 중국어를 능숙하게 말해 가족들이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호주 ABC가 전했다.

 기본 독일어만 익힌 크로아티아의 13세 소녀도 2010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독일어를 유창하게 했다.

 타임은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턱 수술을 받은 여성이 회복한 뒤 영국식 발음을 해 ‘외국인 억양 증후군’을 보인 적이 있다면서 심각한 외상성 뇌 손상을 당하면 언어 기능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를 인용해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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